7월 9일까지 국립대구박물관서 국보 6건·보물 14건 등 348점 전시
작년 중앙박물관 특별전 재구성
전시관 입구엔 앙증맞은 석인상
안중식 ‘적벽야유도’ 최초 공개도
“특급 있으면 컬렉션 위상 올라가”
李 수집지론 엿볼 작품 대거 소개
채광이 환한 전시관 입구에 앙증맞은 석인상 5개가 관람객을 맞는다. 정성껏 가꾼 불두화, 조팝나무, 개회나무, 설구화, 돈나무가 ‘수집가의 정원’이란 표현 그대로 실제 누군가의 정원을 방문한 듯한 인상을 준다. 집안 곳곳에는 주인의 취향을 상상하게 하는 고풍스러운 물건이 가득하고, 서로 다른 사연을 품은 유물들이 모여 하나의 웅장한 이야기가 완성됐다. 이건희(1942~2020) 삼성 선대 회장이 태어난 대구를 찾은 ‘어느 수집가의 초대’ 특별전은 제목처럼 꼭 누군가의 집을 방문한 것 같은 경험을 관람객에게 선사했다.
국립대구박물관은 11일부터 ‘어느 수집가의 초대’를 시작한다.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같은 이름의 특별전을 재구성한 순회전시로, 지역 박물관 중에는 국립광주박물관에 이어 두 번째다. 국보 6건, 보물 14건을 포함해 총 190건 348점이 준비됐다.
10일 열린 언론공개회에서는 수집가의 참모습을 미리 볼 수 있었다. 이번 전시는 특별히 이 선대 회장이 태어난 지역에서 열린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대구 비산동 청동기, 경북 고령에서 출토됐다고 전하는 고고 유물, 영남 지역을 대표하는 인화문 기법을 활용한 분청사기 등이 지역 전시의 특색을 보여 준다. 대구가 근대 문화로 유명한 만큼 안중식(1861~1919)의 ‘적벽야유도’를 비롯한 한국 근대 회화 13점도 최초 공개돼 전시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전시는 2부로 구성됐다. 1부 ‘수집가와 나누는 대화’는 차 한잔과 함께 수집가와 대화를 나누는 느낌을 준다. 삶의 공간을 채운 목가구, 한국의 미적 정서를 대표하는 달항아리, 격동하는 근대를 담은 회화작품은 실제 누군가가 집에 소장한 유물을 보는 듯하다. 외따로 전시된 겸재 정선(1676~1759)의 ‘인왕제색도’는 백미로 꼽힌다.
2부 ‘수집품으로의 심취’는 한국 미술을 대표하는 도자와 회화, 불교 미술품이 전시됐다. 특히 한 공간에 놓인 그림과 도자기의 향연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특급’이 있으면 컬렉션 전체의 위상이 올라간다”라고 했던 이 선대 회장의 수집 지론을 보여 주는 공간이다. 은은한 기품을 품은 동양화와 도자기들은 서로 어우러져 존재감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이번 전시를 보다 보면 전시품끼리 연결된 이야기를 발견하게 된다. 책가도 그림 앞에 실제 책가형 진열장이 있어 더 생생하게 다가오고, 대구·경북을 상징하는 유물끼리 모여 있어 지역 전시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한 걸음 떨어져 전시된 단원 김홍도(1745~?)의 ‘어가한면도’와 18세기 제작된 ‘백자 청화 산수무늬 병’에 나란히 떠 있는 배는 도자기와 회화가 조화를 이룬 세계로 관람객들을 안내한다.
장진아 학예연구관은 “대구에 맞춰 다양하고 신선한 방식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며 대구만의 특별전으로 관람객들을 초대했다. 전시는 오는 7월 9일까지.
대구 류재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