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대사 “미중관계 낙관론보다 신중론”…주러대사 “한러관계 안정적 관리”
조태용 주미대사는 현재 한미간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경제안보’를, 정재호 주중대사는 한중간 과제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문제 관리를 꼽았다.
한미클럽(회장 이강덕)이 발행하는 외교·안보 전문 계간지 한미저널은 조태용 주미대사, 윤덕민 주일대사, 정재호 주중대사, 장호진 주러대사 등 윤석열 정부 초대 4강 대사와 지난달 진행한 서면 인터뷰 내용을 18일 공개했다.
우선 조태용 대사는 한미간 현안에 대해 “한미동맹의 중심에 경제안보가 들어섰음을 깨닫고 있다”며 “미국 인사들은 한미간 공급망, 첨단기술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에 큰 관심을 보이며 함께 논의해 나가기를 희망했다”고 소개했다.
조 대사는 “경제안보는 한미가 공동의 목표를 향해 협력하는 부분과 함께 산업 및 기술 분야의 주도권을 놓고 경쟁하는 부분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탈세계화, 자국우선주의 흐름과 그에 따른 일부 정치적 조치들이 한미간 본질적 협력관계를 저해하지 않도록 미국측과 조율하고 대화해 나가는 것도 당면한 핵심과제 중 하나”라고 짚었다.
정재호 대사는 “사드 문제가 양국 관계의 안정적 유지에 장애물이 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한중 간 과제라며 “문제가 발생하거나 위기 시에도 일방적으로 닫히지 않고 소통이 가능한 경로를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물론 이를 위해서는 중국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수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덕민 주일대사는 강제징용 문제가 가장 시급한 현안이라며 “외교의 공간 없이 법적 절차가 진행되면 한일간 충돌은 불가피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양국 국민들에게 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 대사는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외교의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 피해자들에 대해 정중한 설명과 의견을 구하는 최대한의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장호진 주러대사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한국이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고 러시아도 한국을 ‘비우호국가’ 중 하나로 지정하면서 “수교 이후 가장 어려운 시기라는 평가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 노력에 동참하는 가운데서도 “북한 문제 및 동북아 정세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을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중요한 협력 대상국”인 러시아와 관계를 균형 있고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봤다.
북핵 문제를 두고 주재국과 중점적으로 협조해야 할 부분에 대해 조태용 대사는 “강력한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해 나가는 가운데 확장억제를 강화함으로써, 북한의 도발은 오히려 자신들의 안보를 저해하고 고립을 가져올 뿐이라는 메시지를 북측에 명확하게 전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대사는 북한의 7차 핵실험 감행에 대비해 한미가 “안보리 결의를 포함한 즉각적인 대응 방안에 대해 빈틈없이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담대한 구상’ 로드맵과 관련해 “당장 북한과의 협상이 시작되기는 어렵겠지만, 사전에 한미가 비핵화 목표와 원칙에 대해 긴밀히 조율해 로드맵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정재호 대사는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중국 역시도 미사일 문제와는 달리 핵개발에 대해서는 나름의 입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담대한 구상’의 시행 과정에서 중국의 협력을 끌어내기 위해 긴밀히 소통하고, 북한의 실질적 및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한중간 공감대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덕민 대사는 한국과 일본이 “북핵 문제에 관한 일치되는 전략적 이해를 바탕으로 북한 비핵화를 위해 전략적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고, 장호진 대사는 “북한과 오랜 기간 축적된 정보 및 소통의 경험과 채널을 갖고 있는 러시아와의 협력이 의미 있는 성과를 이끌어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주재국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외교과제와 한반도에 미칠 영향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특히 미중관계에 대한 진단과 대응 방안이 관심을 끈다.
조태용 대사는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해 “역내 긍정적 비전을 제시하고, 역내 국가들에게 건설적 대안을 확대함으로써 중국과의 경쟁을 책임감 있게 관리하겠다는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런 미국의 정책은 한국에 여러 도전과 동시에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며 “무엇보다도 국익을 중심에 두고, 우리의 원칙과 규범에 근거해 전략을 수립 및 이행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정재호 대사는 중국이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이후 ‘중국몽'(中國夢), ‘강군몽'(强軍夢)을 내세우며 역내와 국제무대에서 영향력 확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을 거론하며 “역내 국가들은 앞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미중 간) 전략적 딜레마를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미중관계가 잘 해결될 것이라는 근거 없는 낙관론보다는 신중론에 근거해 여러 해법들을 구체적으로 대비해야만 할 것”이라고 밝혔다.
4강 대사들과의 인터뷰는 이번 주 발행되는 한미저널 10호에 실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