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국제뉴스) 서융은 기자 = 2022 평창국제평화영화제가 막을 내렸다. 팬데믹 이후 2년 여 만에 일상을 다시 회복하며 열린 이번 영화제는 이전에 비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한 단계 도약한 해였다.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와 알펜시아 리조트, 라마다 호텔 등에 조성된 일곱 개의 상영관에서는 28개국 88편의 영화가 상영됐으며 야외 상영과 피칭 프로젝트, 포럼, 명랑운동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극장 상영과 야외 상영, 전시와 공연 등 영화제 프로그램 전체 참여 인원은 13,000여 명으로 집계됐다. 운영이 정상화되면서, 2년 여 만에 해외 영화인들이 찾아왔고, 관객과의 대화도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다만 영화제 기간 동안, 폭우와 강풍으로 야외에서 진행되는 부대 이벤트들이 축소 진행되며 더 많은 관객들을 만나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평창국제평화영화제는 영화제 이후에도 강원도 작은 영화관 순회 상영전을 비롯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시각 이미지 개선 사업으로 영화제 공간 조성-
6월 23일 개막에 앞서,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어울마당 앞 피프 플레이스에서 시각 이미지 개선 사업을 기념하는 핸드 프린팅 행사가 진행됐다. 김동호 자문위원장과 문성근 이사장이 참석했으며, 임권택 고문과 안성기 조직위원 핸드 프린팅은 7월 내 완료할 예정이다. 문성근 이사장은 “영화제가 시작된 지 4년 만에 영화제 만의 공간을 갖게 되어 기쁘다”고 전했다. 국제문화예술행사 개최 도시 시각 이미지 개선 사업은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공모한 사업으로, 평창군이 선정됐고 평창문화도시재단이 진행했다. 영화제가 열리는 마을 공간과 시설물 개선에 18.5억원이 투자됐으며 핸드프린팅 행사가 열린 어울마당은 영화제를 상징하는 색상의 그래픽 도장으로 벽면 파사드를 단장하고 스크린 영사기 부스, 암막 시설과 흡음을 위한 상부 휘장 등이 설치돼 이전보다 쾌적하게 영화 관람이 가능해졌다. 어울마당 뿐 아니라 송천변 경관 조성, 마을 곳곳의 안내 시스템이 설치돼 영화제 행사 공간도 더욱 풍성해졌다.
어울마당 뒷편에 새로 오픈한 복합문화공간 해피700센터와 감자창고 시네마도 인근에 위치, 자연스레 영화제를 상징하는 길이 구현되며 큰 호평을 받았다. 이외에도 예년처럼 대관령트레이닝센터와 알펜시아 오디토리움, 콘서트홀, 라마다호텔 그랜드볼룸 등에도 이색 대안 상영관이 조성됐다.
-6월 23일 올림픽메달플라자에서 개막-
배우 권해효, 추상미, 정진영, 강신일, 장현성, 박호산, 김주령, 공승연, 김혜나 등 국내외 영화인들의 평화로드 입장을 시작으로 열린 개막식은 배우 김규리, 김주헌의 사회로 진행됐다. 개막식의 시작은 클래식 보컬 그룹 유엔젤보이스가 영화 <올드보이> OST ‘기로’, <태극기 휘날리며> OST ‘Dreams’, <미션> OST ‘Nella Fantasia’로 특별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무대를 꾸몄다. 문성근 이사장은 개막 선언에 앞서 최근 세상을 떠난 이태원 태흥영화사 대표와 강수연 배우에 대한 추모사를 낭독했다. 문성근 이사장은 “한국 영화의 새로운 시대를 연 이태원 대표와 영화와 예술에 대한 강한 자긍심으로 이를 표현한 배우 강수연이 만든 한국 영화 역사를 잊지 않고 이어가겠다.”라고 추모한 후, 올해 영화제 슬로건인 ‘위드, 시네마(with, CINEMA)’를 외치며 개막을 선언했다.
김명중 강원도 경제부지사는 축사에서 “강원도는 앞으로도 평창국제평화영화제가 평화 정신을 널리 알릴 수 있는 통로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며 “지금 이 순간 비가 내리고 있어 하늘에 별은 없지만, 국내외 영화계의 수많은 별들과 함께하고 있다”고 축하를 보냈다. 개막작 상영은 강풍으로 자리를 이동, 어울마당에서 상영됐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단초가 된 유로마이단 반정부 시위를 배경으로 한 개막작 <올가>의 엘리 그라페 감독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여러분과 함께할 수 없어 아쉽지만, 특별한 곳에서 <올가>를 선보일 수 있어 자랑스럽다”고 전했다.
-28개국에서 온 88편의 영화-
올해 평창국제평화영화제에서는 28개국에서 온 88편의 영화가 97회차 상영됐다. 국제장편경쟁과 한국단편경쟁을 비롯해 평화를 모토로 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는 ‘스펙트럼’, ‘스물 즈음에’라는 주제로 진행된 ‘스펙트럼 K’, 분단 상황과 그 역사성에 초점을 맞춘 ‘평양 시네마’, 뉴노멀 시대에 관한 영화들을 만날 수 있는 ‘POV: 뉴노멀의 풍경 – SNS, 미디어 그리고 나’, 21세기 최고의 다산성을 보여준 필름메이커 윤성호 감독의 작품 11편을 조명한 ‘클로즈업 : 두근두근 윤성호’, 특별한 토크 프로그램과 함께하는 ‘위드 시네마’, 강원 지역 영화들을 만날 수 있었던 ‘시네마틱 강원’까지, 개막작을 포함한 총 10개 섹션이 진행됐다. 카라의 전진경 대표와 이야기를 나눈 <고양이들의 아파트> 토크나 스페인의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패러렐 마더스>에 대해 배우연구소 백은하 소장과 함께한 토크, 박상영 작가와 나눈 <레벤느망> 토크, 경계의 이미지를 탐색해 온 임노아 작가와의 ’경계와 디아스포라’ 큐레이팅 토크 등 특별한 프로그램들도 큰 호응을 얻었다. 2년 여 만에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감독, 배우와 함께 이야기 나누는 자리가 마련된 만큼, 관객과의 대화 역시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진행됐다. 상영 프로그램에 대한 언론의 관심 역시 뜨거웠다. 스펙트럼 섹션에서 상영된 영화 <발라반>을 취재하기 위해 카자흐스탄 국영방송에서 평창을 찾아왔으며, 오랜 만에 평창을 찾은 국내외 영화인을 만나기 위한 언론 인터뷰도 이어졌다.
-전국 지역 영화인들이 함께한 명랑운동회와 포럼-
이번 영화제의 가장 큰 화제는 단연 전국 지역 영화인들이 함께한 명랑운동회였다.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 포럼에서 제안된 프로젝트로 영화제와 강원독립영화협회, 강원영상위원회가 함께했다. 강원, 대구, 전북, 인천, 부산, 광주, 제주, 대전 등 8개 지역에서 80여 명이 참석했으며, 2018평창동계올림픽 및 동계페럴림픽대회기념관 내 운동장에서 진행됐다. 지역 영화 제작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유쾌하게 극복해보자는 취지로 마련된 이번 운동회에는 줄다리기, 계주 등 다양한 종목이 펼쳐졌다. 우승팀에는 제작지원금이 수여됐는데, 1위는 전북, 2위는 제주, 3위는 대전과 부산이 공동 수상했다. 1위를 한 전북독립영화협회는 “지역 영화인 교류의 장이 된 명랑운동회가 일회성 행사로 그치지 않고 지속되길 바란다. 상금은 단편 영화 제작 지원금으로 쓰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영화제 기간, 영화진흥위원회가 주최하고 강원영상위원회가 주관한 ‘2022 지역영화 네트워크 활성화 포럼’도 진행됐다.
-경쟁 부문과 피칭 프로젝트=
경쟁은 영화제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부문. 지난해 12월부터 공모한 한국단편경쟁 출품작은 총 695편으로 이중 예심을 거쳐 16편을 선정, 영화제 기간 상영됐다. 국제장편경쟁에는 8편의 영화가 선정됐으며, 평화라는 주제를 다양한 방향으로 확장한 신작들로 구성됐다. 지난 4월 진행된 피칭 공모에서 선정된 총 12편의 예심 선정작을 대상으로 한 피칭 프로젝트도 진행됐다. 6월 26일 알펜시아리조트 컨벤션센터 평창홀에서 진행된 공개 피칭에서 문성근 이사장은 “살펴보니 피칭 프로젝트에 참여한 작품들의 소재가 다양해졌다”며 “이제 한국 영화는 해외 작품들에 견주어도 뒤쳐지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앞서기까지 한다. 여러분들의 작품이 한국 영화를 이끌어가는 바탕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번 피칭 프로젝트는 전년에 비해 관람 인원이 늘어 높아지는 관심을 반영했다.
-캠핑시네마와 공연 그리고 VR 체험=
영화제 기간, 평창군 내 주요 캠핑장에서 ‘PIPFF 2022 캠핑시네마’도 진행됐다. 평창문화도시재단과 영화제가 함께 준비한 프로그램으로 꿈의대화 캠핑장과 계방산 오토캠핑장, 미탄 어름치 마을에서 마술과 뮤지션 공연 후 야외 상영이 진행됐다. 올림픽메달플라자에서는 PIPFF STAGE 공연과 야외상영이 펼쳐졌다. 피스데이였던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선우정아와 10CM가 공연을 펼치며 수많은 관객들이 평창의 밤을 즐겼고, 로컬데이였던 일요일에는 조명섭, 김다현 공연으로 지역민과 관객들이 함께 어우러졌다. 이외에도 다채로운 장르의 아티스트들이 펼치는 특별한 팔로우P 거리 공연과 SK텔레콤에서 지원한 VR 콘텐츠, 패브릭 DIY 만들기, 페이스 페인팅, 피스 연 만들기, 피스 포토 with 후지필름 등 다양한 체험이 진행됐다.
-지역과 함께한 로컬 프로그램-
올해는 지난해 진행된 워크온 챌린지에서 더욱 확장, 세 개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영화제 주 행사장과 상영관, 로컬 파트너 상점을 감싸는 강변길 주변의 피프길 따라 걷기, 영화제 기간 동안 평창군 내 5만보를 걷는 걸음 수 마일리지, 평창군 명소를 방문하고 전자 스탬프를 받는 전자 스탬프 투어 등 다양한 로컬 연계 프로젝트들이 눈길을 끌었다. 대관령 지역 상공인들과의 파트너십 프로젝트로 로컬 파트너와 함께하는 스탬프 투어 이벤트 역시 올해도 큰 호응을 얻었다.
-다채로운 굿즈와 프로모션 부스-
올해 영화제에서 가장 큰 사랑을 받은 것은 단연 굿즈였다. 올해 굿즈는 강원도 출신의 원새록 작가와 리사이클링 굿즈 브랜드인 노플라스틱 선데이가 함께했으며, 평범이 핀뱃지와 위드 시네마 티셔츠는 완판됐다. 텀블벅 프로젝트와 연계한 평범이 인형도 큰 인기를 끌었으며, 게스트 패키지로도 사용된 친환경 황마를 소재로 한 PIPFF 에코백도 사랑받았다. 2022 영화제 공식 굿즈는 온라인 굿즈샵(http://www.pipff.shop)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 영화제 기간 동안 다양한 체험을 선사할 수 있는 평창군과 상양목장, bbb 코리아, 베리로컬, 강원대학교 실감미디어학과 프로모션 부스도 운영됐다.
-시상식으로 6일 간의 여정 마무리-
6월 28일 오후 4시 경쟁 부문 및 피칭 프로젝트 시상식을 개최하며 엿새 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올해 국제장편경쟁은 만장일치로 두 편의 영화가 최종 선정됐는데 심사위원대상에는 제프 다니엘스 감독의 <텔레비전 이벤트>, 심사위원상은 이지은 감독의 <비밀의 언덕>이 선정됐다.시상식에 직접 참석한 제프 다니엘스 감독은 “평창에서 많은 영화를 봤다. 한국의 영화인들이 갖고 있는 다양한 생각을 알 수 있었고, 많은 감동을 받았다. 이런 중요한 영화제에 참석하고 상을 받게 되어 매우 영광”이라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한국단편경쟁 심사위원대상은 황선영 감독의 <씨티백>, 심사위원상에는 조현서 감독의 <터>와 윤혜성 감독의 <현수막>이 선정됐다. 영화 기획 개발 아이템 발굴 프로그램인 피칭 프로젝트는 평화공감에 <점핑걸>(홍현정), <GATE45>(송현범), <후방땅>(이준용), <반역자들>(진청하), <어신 할망이라 생각허라>(문한슬)이, 테라로사 펀드 수상작에는 <나는 개 나이로 세 살 반이야>(원하라)가 선정됐다.
방은진 집행위원장은 시상식을 마치며 “영화는 인생의 축소판이기도 하고 인생의 확장판이기도 하다. 올해 영화제에서 여러분은 88개의 세계를 만났다.”며 “평창에서 누린 평화를 가슴에 담고 다시 만날 날을 약속 드리며 평창국제평화영화제 폐막을 선언한다.”고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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