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티메프’ 모든 자산 동결
구 “큐텐 지분 38% 다 내놓겠다”
이복현 “양치기 소년, 신뢰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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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위메프의 대규모 판매 대금 미정산 사태를 촉발한 핵심 책임자인 구영배 큐텐 대표는 30일 “사태 해결을 위해 모든 것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그는 “(사태 해결을 위해) 그룹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800억원”이라면서도 “다 투입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선을 그었다.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피해 규모와 관련,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조원 이상의 건전성·유동성 이슈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가 추산한 미정산 금액은 2134억원인데 정산 기일이 다가오는 금액까지 더하면 피해액이 더 커질 것이란 의미다. 금융당국은 티몬·위메프에 대해 자금 추적, 수사 의뢰, 주요 대상자 출국금지 요청에 나섰고, 법원은 기업회생 신청 하루 만에 두 회사의 자산과 채권을 동결했다.
구 대표는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 현안질의’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피해를 본 판매자와 파트너, 국민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대금 정산을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자금 규모를 묻는 질문에는 “800억원이지만 당장 쓸 수 있는 돈은 아니다”라고 했다. 또 “제가 가진 건 모두 회사 지분이고 큐텐 지분 38%를 전부 내놓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회사의 자본이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티몬을 인수했을 때부터 구조적으로 (적자가) 누적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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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였지만…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30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티몬·위메프 정산 및 환불 지연 사태’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준석 전자지급결제협회 회장, 류화현 위메프 대표, 류광진 티몬 대표, 구 대표.
오장환 기자
이 원장은 “선의를 신뢰해야겠지만 최근 금감원과의 관계에서 보여 준 행동이나 언행을 볼 때 양치기 소년 같은 행태가 있어 신뢰하지 못한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티몬·위메프의 모회사 큐텐에 대한 자금 추적 과정에서 강한 불법의 흔적을 포착해 검찰에 수사 의뢰했고, 주요 대상자에 대해 출국금지 등 강력 조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티몬·위메프의 배송 관련 전산 자료를 확보, 분석할 별도 검사반(6명)을 추가로 편성하고 배송·환불 관련 자료 확보에 나섰다. 구 대표를 비롯해 이번 사태와 관련한 주요 대상자가 ‘사기·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처벌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국무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정부가 시장에서 해야 할 첫 번째 임무는 시장에서 반칙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분리하고 격리하는 것”이라면서 “철저하게 법에 따라 조치하라”고 지시했다고 정혜전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윤 대통령은 “집단적인 대규모 외상거래도 금융에 해당하므로 금융당국은 지속해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면서 “각 부처에서 시장 질서를 저해하는 활동을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회생법원 회생2부(법원장 안병욱·부장 김호춘·양민호)는 전날 기업회생을 신청한 티몬과 위메프에 보전 처분과 포괄적 금지 명령을 내렸다. 티몬·위메프가 마음대로 회사 자산을 처분해 일부 소비자에게만 환불하는 것을 막고, 이들로부터 받을 돈이 있는 사람들이 회생 개시 전에 강제집행·가압류·경매 등으로 주요 자산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법원의 조치로 판매자들은 당분간 대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다. 소비자 환불도 중단된다. 법원은 다음달 2일 티몬과 위메프 경영진을 상대로 심문을 진행하는 등 심리를 거쳐 회생 신청 수용 여부를 결정한다. 법원이 향후 회생 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하면 티몬·위메프 자산과 채권은 계속 동결되고 법원이 정한 관리인이 관리 및 처분권을 갖게 된다. 이후 채권자 동의를 거쳐 법원이 회생 계획을 인가하면 티몬·위메프는 일부 빚을 탕감받고 나머지는 정해진 기간에 상환하게 된다. 결국 대금 상환이 더욱 미뤄지고 판매자들은 일부 대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세종 이영준·서울 이민영·박기석 기자
2024-07-31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