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GA 인력 쟁탈전
억대 연봉에 팀장급은 인센티브
작년 GA 설계사 28만여명 활동
실적 압박에 새 계약 유도 가능성
소비자 불완전판매 등 피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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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2억원을 받는 보험설계사 A씨는 최근 이적료 1억원을 받고 한 생명보험사에서 대형 법인보험대리점(GA)으로 옮겼다. 해당 GA는 보험설계사 10명 안팎으로 꾸려진 팀 전체를 영입하기도 했다. 팀원에게는 연봉 50% 정도의 보너스를 지급했고 팀장급 직원에게는 연봉 50%에 별도 성과보수를 얹어 줬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설계사 영입을 둘러싼 GA의 ‘쩐의 전쟁’이 식을 줄을 모른다. ‘보험백화점’이라 불리는 GA가 억대 스카우트비까지 써 가며 보험설계사 확보에 나선 것은 보험설계사 수가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보험설계사는 크게 특정 보험사에 소속된 전속 설계사와 GA에 소속된 GA 설계사로 구분된다. 전속 설계사는 자사 상품만 취급한다. 이를테면 삼성생명 보험설계사가 삼성생명 상품만 파는 식이다. 반면 GA에 소속된 GA 설계사는 여러 보험사 상품을 판다.
보험상품 판매 시장은 GA 쪽으로 넘어간 지 오래다. 2016년 GA 설계사 수가 전속 설계사를 처음 앞선 후 격차가 점차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GA 설계사는 28만 1299명으로 전속 설계사 16만 2505명보다 12만명 가까이 많다. 특정 보험사 상품만 파는 전속보다 여러 보험사의 다양한 상품으로 영업할 수 있는 GA 쪽이 더 경쟁력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GA로의 인력 유출이 심해지자 보험사들은 아예 자회사형 GA를 설립해 대응하고 있다. 2021년 한화생명이 자회사형 GA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대형 보험사 중 최초로 만들었다. 이후 자회사형 GA 설립이 확산되면서 현재 12개 생명보험사, 5개 손해보험사 등 총 17개사가 자회사형 GA를 운영하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보험설계사 쟁탈전이 대형 보험사의 자회사형 GA 설립 이후 더 심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사가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보험설계사들을 흡수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가 불완전판매, 부당한 보험 갈아타기와 같은 피해를 볼 우려가 크다. 일반적으로 이적한 GA 설계사들은 3년 안에 이적료 이상의 새 계약을 따내야 한다. 이 때문에 설계사들은 자기가 관리하는 고객의 기존 보험을 깨고 다른 보험에 가입하게 한다. 기존 계약이 고객에게 유리한 경우에도 실적을 내기 위해 새 계약을 유도하기도 하는데 이 과정에서 불완전판매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최근 한 생명보험사에서 GA로 이직한 설계사 6명이 퇴사 전후 1개월 동안 기존 고객 계약 138건을 해지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GA협회 주도로 과도한 스카우트를 자제하자는 ‘자율협약’을 GA 업계가 맺었지만 유명무실하다는 평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율협약은 말 그대로 협약이라 구속력이 없다. 악순환을 막으려면 금융당국의 강력한 조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신 기자
2024-04-03 1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