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시위’ 맞선 이란, 인터넷 통제로 3.5조원 경제 손실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 이란 당국이 반정부 시위에 맞서 취한 인터넷 통제로 발생한 경제적 손실이 이미 240억달러(약 3조4천600원)에 이르렀다는 추산이 나왔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란 개혁주의 성향 온라인 매체 엔텍합(Entekhab)에 따르면 테헤란상공회의소의 회원인 파진 파디스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물품을 파는 최대 70만개 매장이 지난 한 달간 장사를 접었다”며 인터넷 통제 조처에 따른 관련 업계의 손실액이 240억 달러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란 당국은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된 여대생이 지난달 16일 의문사한 것을 계기로 전국적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자 소셜미디어를 통한 시위 조직화 등을 막기 위해 일부 지역의 인터넷을 차단하거나 속도를 늦췄다.
WSJ은 인터넷 통제를 포함한 이란 당국의 강경 대응이 이란 경제에 부담을 주면서 작년 대선 당시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이 약속한 일자리 100만개 창출 공약의 이행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이란의 한 국회의원은 19일 라이시 대통령의 공약 미이행을 비판하면서 인터넷 통제 책임자인 이사 자레푸르 정보통신부 장관을 경질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고 뉴스 사이트인 자마란(Jamaran)은 전했다.
개혁주의 성향 신문인 마르돔살라리(Mardomsalari)에 따르면 이란 상공회의소의 한 간부는 인터넷 통제가 국민을 이란에서 떠나게 하고 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라이시 대통령은 19일 이란 국내 웹사이트에만 접근 가능한 ‘국내용 인터넷’의 사용을 촉진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자레푸르 장관은 이에 더해 인터넷 단속을 피하기 위한 가상사설망(VPN) 사용을 불법화해 처벌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보도됐다고 WSJ은 전했다.
다만, 이란 국영 언론은 자레푸르 장관의 발언이 VPN 사용이 아니라 VPN 판매에 대한 처벌을 의미한 것이라고 추후 정정했다.
WSJ은 자레푸르 장관 발언의 진의가 무엇이었는지와 무관하게 국내용 인터넷은 이란 사업체들이 직면한 경제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 2019년 이란 당국이 해외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고 국내용 인터넷만 사용하도록 강제했을 당시 인터넷 결제에서 발생한 손실이 일주일간 30억 달러(약 4조3천억원)에 이르렀다는 집계도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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