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공장 초기 진화 왜 어려웠나
리튬은 물과 닿으면 폭발 가능성
해당 공장은 일차전지 제조업체
이차전지보다 위험성 덜하지만
추가 화재 우려 내부 진입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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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 구조 분주한 소방대원들
24일 오후 경기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전곡산업단지에 있는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리튬배터리 셀 폭발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화재를 진압한 소방 관계자들이 숨진 실종자를 들것으로 옮기고 있다.
홍윤기 기자
24일 소방당국은 20여명이 희생된 경기 화성시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의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이날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아리셀 공장의 주력 사업은 리튬 일차전지 제조·판매다. 주로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에 쓰이는 스마트미터기 등을 만든다. 소방당국은 화재가 공장 3동 2층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화재 당시 3동 2층에만 리튬전지 3만 5000개가 보관돼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전자기기와 전기설비 등에 사용되는 배터리는 거의 리튬이온전지, 즉 이차전지다. 전기차는 물론 휴대전화와 노트북, 친환경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 모두 이차전지가 들어간다. 이차전지는 겉보기에는 불이 꺼진 것처럼 보여도 내부에선 수백도의 열이 계속 발생하기 때문에 언제든 다시 불꽃이 일어날 수 있다. 불이 나면 다량의 불산가스도 내뿜는다. 불산은 피부 조직으로 스며들어 뼈를 녹이고 폐를 파괴한다.
다만 이날 불이 난 아리셀 공장에 보관 중인 배터리는 대부분 일차전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차전지는 한 번 사용된 뒤 재충전 없이 폐기되는 건전지다. 이차전지인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서는 위험성이 낮다. 다만 리튬 자체가 공기 및 열과의 반응성이 높다. 일차전지라도 높은 온도에 노출되거나 수증기와 접촉하면 화재와 연쇄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이날 화재 초기 대량의 화염과 연기가 났고, 폭발도 연달아 발생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리튬 자체가 에너지 밀도가 굉장히 높고 불안정한 물질이다. 외부의 충격이 잘못 가해지기만 해도 대형 화재로 번질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물을 뿌려 진화하면 추가 폭발이 발생할 수 있어 화재 시 공기를 완전히 차단해야 하는데, 대형 화재 현장의 경우 공기를 완전히 차단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는 “리튬에 물이 닿으면 수소가 발생한다. 이 수소가 추가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 또 리튬전지에 쓰는 전해질 염화티오닐도 물이 닿으면 폭발한다”면서 “불을 끄려면 흙으로 덮어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건물 붕괴 위험성도 제기됐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전기차 1대에서 난 불을 끄는 데도 3시간이 걸린다. 공장에 얼마만큼의 리튬전지가 있는지 몰라도 진화에 어려움이 클 것이다. 화재가 장시간 이어질 경우 건물이 붕괴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소방대원들의 안전을 절대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환경부는 “불소가 포함된 리튬화합물은 주로 이차전지에서 사용된다. 사고 발생 공장은 일차전지 생산시설이다. 화재로 인해 불산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2020년 5월 출범한 아리셀은 코스닥 상장사인 에스코넥의 자회사다. 상시 근로자 수는 50여명 안팎으로 전해졌다.
강신·김희리 기자
2024-06-25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