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주총서 영향력 과시
1.4% 지분율로 개미 호응 이끌어
소액주주도 의결권 적극적 행사
금호석화·KT&G 등 표대결 전망
“정교하고 설득력 있는 주주 제안
더 많은 개미들 동조 가능성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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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율 1%대의 행동주의 펀드 ‘연합군’이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만만치 않은 영향력을 보여 주면서 주총을 앞둔 기업들이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게 됐다. 정부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움직임에 더해 소액주주도 적극적으로 의결권 행사에 나서며 예전과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 것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열린 삼성물산 주총에서 표 대결이 벌어진 안건은 배당 건이다. 회사 측은 보통주 1주당 2550원, 우선주 1주당 2600원의 현금배당을 안건으로 올렸으나, 시티오브런던 등 5개 행동주의 펀드는 보통주와 우선주 각각 주당 4500원, 4550원씩 배당하라고 제안했다.
표 대결은 사측의 승리로 끝났다. 회사 측 안건이 의결권 있는 주식 77%의 찬성으로 통과했다. 삼성물산 최대주주 등 특수관계인, 우리사주조합, 우호 지분으로 평가되는 KCC, 회사 측 안건에 찬성 입장을 밝힌 국민연금 지분율을 더하면 전체 지분율의 50% 안팎이다.
애초부터 행동주의 펀드가 이기기에는 어려운 구조였지만 지분율 1.4%의 행동주의 펀드가 23%의 지지를 받아냈다는 건 상당수 개미들이 행동주의 펀드 제안에 솔깃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글로벌 양대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와 글래스루이스가 주주 제안에 힘을 실어 준 것도 소액주주들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 배경으로 풀이된다. 이 회사 소액주주가 가진 전체 주식은 40% 정도다.
이날 사측이 표 대결에서 모두 이겼지만 주가(15만 4100원, 15일 종가 기준)는 전날보다 9.78% 하락했다. 사측이 이겨도 이긴 게 아닐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제 관심은 행동주의 펀드와 표 대결을 벌이는 다른 기업들에 쏠린다. 오는 28일 KT&G 주총을 앞두고 최대주주 기업은행(지분율 7.1%)을 비롯해 행동주의 펀드인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 ISS 모두 사측이 안건으로 상정한 방경만 수석부사장의 대표이사 사장 선임 건에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표결 결과가 주목된다. 대표이사 선임 건은 KT&G 이사회가 추천한 사외이사와 기업은행이 추천한 사외이사 선임 건과 합쳐 ‘통합집중투표’ 방식(다득표자 1·2위 선임)으로 표결에 부쳐진다.
오는 22일 주총을 여는 금호석유화학도 행동주의 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과 자사주 소각을 놓고 표 대결을 벌인다. 이사회 결의뿐 아니라 주총 결의만으로도 자사주 소각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게 차파트너스 측 주주 제안의 핵심 내용이다. 이 안건이 통과되면 기존 자사주 중 절반을 연말까지 소각하고, 나머지 자사주는 내년 말까지 소각하는 내용의 안건(차파트너스 측 제안)이 표결에 부쳐진다. 반면 회사 측은 향후 3년간 자사주 50%를 소각하겠다는 입장이다. ISS와 글래스루이스는 회사 측을 지지하고 있다.
최대주주인 영풍(25.15%)과 갈등을 빚고 있는 동업자 고려아연은 19일 주총에서 정관 변경 등을 추진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행동주의 펀드가 보다 정교하고 설득력 있는 주주 제안을 한다면 더 많은 주주가 동조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기업들도 왜 주주들이 펀드의 제안에 동조하는지 분석하고, 수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2024-03-18 1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