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북한군 3000명 특수대대 편성”… 우크라전 군사개입 현실화
무기 거래 이어 대규모 병력 지원
감시 공백 틈타 밀착한 북러 맞서
11개국 참여한 ‘모니터링팀’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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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의 군사분계선(MDL) 북측 구간 일부를 폭파한 다음날인 16일 인천 강화군 송해면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도 개풍군에서 북한 군인과 주민들이 해안 철책을 설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러시아의 ‘비토’로 약 6개월간 공백 상태였던 대북제재 감시망을 되살리기 위해 한미일 주도의 11개국이 자체 감시 체제를 출범시켰다.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과 위협을 계속하는 데다 무엇보다 북러 간 무기 거래뿐 아니라 대규모 병력 지원 의혹까지 나오는 가운데 11개국이 감시 메커니즘을 되살리자며 뜻을 모은 것이다.
김홍균 외교부 1차관과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부장관, 오카노 마사타카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 등 한미일 외교차관과 8개국 주한대사들은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이행을 위한 ‘다국적 제재 모니터링팀’(MSMT) 설립에 관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한미일 외에 프랑스, 영국,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이 참여한다.
국제사회는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을 계기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을 두고 대북제재 이행 상황을 꾸준히 감시해 왔다. 그러나 지난 3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패널의 임기 연장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해 15년간 이어진 감시체제가 무너졌다.
그사이 북러 간 밀착은 더 심화했으며 급기야 어느 한쪽이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하면 다른 쪽이 군사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맺었다. 북러가 대북제재 결의를 노골적으로 무시하며 밀착하자 정부는 미국, 일본 등과 함께 패널 역할을 대체할 메커니즘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논의해 왔다.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의 불법적인 무기 거래 등 안보리 결의 위반이 지속되는 가운데 안보리 대북제재 이행 감시체제 공백을 신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주요국들의 인식과 의지가 MSMT 출범의 원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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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균(가운데) 외교부 1차관이 16일 정부서울청사 별관 외교부에서 커트 캠벨(왼쪽) 미국 국무부 부장관, 오카노 마사타카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과 함께 한미일 주도의 유엔 대북 제재 이행을 감시하는 다국적 제재 모니터링 팀(MSMT) 출범을 발표하고 있다.
홍윤기 기자
MSMT는 전문가 패널의 ‘대체재’ 격으로 기존의 전문가 개인이 아닌 국가끼리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감시망을 보다 활성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패널 활동의 제한이 됐던 안보리 역학 관계에서 자유롭고 기존 보고 주기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이전 패널보고서의 한계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유엔 체제 밖에서 자발적으로 꾸려진 국가 간 연합체라 얼마나 실효성 있게 감시 체제가 운영될지도 지켜봐야 한다. 과거 유엔 패널이 지적한 제재 위반에 대해서도 시정 권고나 강제할 수단이 없어 이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는데, 유엔의 공신력이 빠진 데다 한미일과 일부 우방국가들만 참여해 대북제재 위반이 더 노골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참여국을 더 늘려야 하고 운영을 얼마나 체계적으로 잘해 나가는지에 감시 체제의 성패가 달려 있다”며 “많은 국가들이 상시적으로 대북제재 감시 상황을 비판하면 결국 북한과 관련 국가들에 압박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는 “유엔 대북제재의 충실한 이행에 확고한 의지를 가진 모든 국가에 참여할 기회를 준다”며 “국제사회의 폭넓은 참여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러 간 군사 동맹 수준의 협력은 더욱 가시화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이 조약의 비준에 관한 법안을 하원에 제출했고, 최근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병력 지원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화상 연설을 통해 “러시아의 가을과 겨울 전쟁 계획에는 북한군을 실제로 전쟁에 개입시키는 것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 키이우 포스트는 15일 정보기관을 인용해 북한군 3000명이 소위 ‘부랴트 특수대대’로 편성돼 소형 무기와 탄약을 제공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미 북한군 3000명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국은 “사실을 확인할 수 없다”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 소통보좌관은 이날 “북한 군인이 러시아를 위해 싸우고 있다는 아이디어가 만약 사실이라면 북러 국방 관계의 상당한 강화를 보여 준다”고 밝혔다. 한국 외교부도 “북러 간 군사 협력은 한반도뿐 아니라 유럽과 전 세계의 평화·안정을 위협하는 행위로, 무기 거래뿐 아니라 무기 생산, 군 인력 파견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보도에 심각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북러가 군사 협력을 강화하며 일종의 ‘안보 확장 억제’를 형성하고 외교적으로도 글로벌사우스에 기반을 넓히는 상황에서 한미일 주도의 새로운 대북제재 메커니즘은 정치적·상징적 의미에서라도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허백윤 기자·윤창수 전문기자
2024-10-17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