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음극재 현 공정 유지해도 세액공제 받을 수 있어
미국 인플레인션감축법(IRA)은 북미 최종 조립 전기차에만 세액공제(7500달러·약 1000만원)를 부여해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차별이라는 비난이 일었지만, 31일(현지시간) 발표된 세액공제 세부지침으로 ‘최악은 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공개된 ‘핵심광물 및 배터리 부품에 관한 세부 규칙안’에 따르면 우리 업계가 바랬듯 전기차 배터리 양극재·음극재의 세부 부품을 한국에서 제조할 수 있게 됐다. 또 그간 세부 규칙안 발표가 늦어지면서 미국 내 생산 전기차는 핵심광물 및 배터리부품 요건을 갖추지 못해도 세액공제를 받았지만 최소한 이런 불평등은 사라지게 됐다.
지난해 8월 IRA가 발효되면서 그 즉시 북미 최종 조립 전기차만 세액공제를 받게 됐다. 기아·현대차는 미국 내에서 판매하는 모든 전기차를 한국 내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미 의회에서 현대차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이 완공되는 2025년까지 법안 시행을 유예하자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지만 무산됐다.
또 IRA는 올해부터 북미 최종 조립 전기차라도 배터리에 북미에서 제조·조립한 부품을 50%(2029년에는 100%) 사용해야 3750달러의 세액공제를, 배터리 내 핵심광물의 40%(2027년에는 80%) 이상을 미국이나 대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채굴·가공해야 3750달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미 재무부가 세부 규칙안 발표 시점을 3월 말로 늦추면서 그간 미국산 차들은 배터리 부품 및 핵심광물 요건을 맞추지 못해도 세액공제를 받았다.
하지만 이날 발표한 세부 규칙안에는 해당 규정을 다음 달 18일부터 시행한다고 명시했다. 미국 내에서 생산한 전기차들도 배터리 부품 및 핵심광물 요건을 맞추는 게 쉽지만은 않기 때문에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 차량이 줄어들 전망이다. 기아·현대차 입장에서는 미국 시장 내 불공정한 경쟁 환경이 다소나마 완화되는 셈이다.
또 세부 규칙안에 따르면 배터리 부품 기준에 양극판·음극판은 포함하고 구성 재료인 양극 활물질은 포함하지 않는다. 한국 업체들이 구성 재료인 양극 활물질 등은 국내에서, 이후 양극판·음극판을 만드는 단계는 미국에서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공정을 바꾸지 않아도 세액공제 대상이 된다. 그간 미국 기업들은 양극 활물질도 미국 내에서 생산하도록 강제해 달라고 요구해왔다.
세액공제를 받는 핵심 광물 요건의 세부 규칙은 크게 2가지다. 미국이나 대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50% 이상이 추출된 경우, 미국이나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에서 50% 이상 가공된 경우다. 우리 기업들이 주로 핵심 광물을 들여오는 인도네시아나 아르헨티나 등은 대미 FTA 미체결국이지만, 지금처럼 한국에서 가공해도 기준에 충족될 수 있게 됐다.
또 미국은 최근 배터리용 핵심광물 협정을 맺은 일본도 법상 FTA 국가로 포함했다. 유럽연합(EU) 역시 곧 비슷한 협정을 맺을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걸리기는 하겠지만 인도네시아와 아르헨티나 역시 미국과 배터리용 핵심광물 협정을 맺을 가능성이 작지 않아 보인다.
남은 것은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등 해외 우려국 기업의 핵심 광물이나 배터리 부품을 사용되는 경우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토록 하는 IRA 규정에 대한 세부 지침 발표다. 이는 올해 말까지 발표될 예정이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