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블박’ 분쟁 비용 감소 효과
“페달 블박, 인센티브 전혀 없어”
급발진 사고 인정 사례도 ‘0건’
9명이 숨진 ‘시청역 참사’ 등 운전자가 자동차 급발진을 주장하는 사고가 잇따르자 일각에서 페달 블랙박스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도 페달 블랙박스를 설치하는 운전자에게 자동차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정작 보험사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페달 블랙박스를 설치하는 운전자에게 차량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페달 블랙박스는 액셀과 브레이크 등이 있는 운전적 아래를 녹화하는 블랙박스로, 사고 당시 브레이크 사용 여부를 판단하는 증거 자료로 활용된다.
통상 자동차보험은 일반 블랙박스를 설치한 운전자가 보험료를 4~12% 할인받을 수 있는 특약이 있다. 국토부는 해당 특약을 페달 블랙박스까지 확대해 페달 블랙박스 장착을 유도할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페달 블랙박스를 달았을 때 보험료를 얼마나 할인할 수 있을지 보험사들과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현행법에 ‘사고 예방에 효과적인 장치’에 대한 보험료 할인이 명시된 만큼 페달 블랙박스 특약 도입도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에 따르면 국토부 장관은 운전자가 자동차 사고 ‘예방’에 효과적인 안전장치를 장착했을 때 자동차보험료 할인을 확대하도록 보험사에 권고할 수 있다. 국토부는 보험업계와 논의해 해당 문구를 사고 ‘예방 및 원인 규명’에 효과적인 장치로 개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다만 보험업계는 페달 블랙박스 특약 도입에 대해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페달 블랙박스 장착이 가져오는 인센티브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일반 블랙박스는 사고 발생 시 보험사 간 분쟁 비용을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페달 블랙박스는 급발진 여부 판단 이외에는 사고도 분쟁도 줄이기 어렵다.
한 대형손보사 관계자는 “보험사가 블랙박스 특약을 만든 이유는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분쟁심의위원회까지 가면 수수료가 수십만원씩 나오는데 블랙박스는 그 비용을 줄여 주기 때문”이라며 “페달 블랙박스는 그런 인센티브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급발진으로 인정받은 사례가 전무하다는 점도 보험사들을 주저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2017년부터 접수된 급발진 신고 236건 중 급발진으로 실제 인정된 사례는 한 건도 없다.
사고 원인이 급발진으로 밝혀지면 보험사는 차량 제조사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지만, 선례가 없으니 특약 개발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대형 손보사 관계자는 “페달 블랙박스에 대한 통계나 정보가 너무 부족해 할인율을 어느 정도 적용해야 할지 계산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손지연 기자
2024-07-15 1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