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가 역대 미국 전·현직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형사 기소되는 불명예를 안은 가운데 이를 풍자한 밈(meme)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쏟아지고 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 넷플릭스 드라마 ‘오렌지 이스 더 뉴 블랙’(Orange is the New Black)을 패러디해 만든 밈도 떠돈다. 이 이미지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마치 ‘머그샷’(범인 식별용 사진)을 찍힌 것처럼 수의(囚衣)처럼 보이는 오렌지색 옷을 입고 ‘오렌지 이스 더 뉴 인메이트’(Orange is the New Inmate, 오렌지는 새 수감자)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있다.
▲ 한 트위터 사용자는 트위터에 트럼프가 백악관에서 잔디를 깎고 있는 소년을 향해 소리를 지르는 것처럼 보이는 사진을 올리며 “난 리타 헤이워드의 포스터가 필요해!”란 글을 올렸다. 1940년대 할리우드 스타 리타 헤이워드의 포스터가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교도소에 수감된 주인공이 탈옥을 위해 벽에 파고 있던 구멍을 가리는 데 이용해 유명해졌는데 빨리 감옥에 가라는 식으로 비튼 것이다.
▲ 같은 날 7년 전 스키장 충돌 사건과 관련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한 할리우드 스타 귀네스 팰트로와 트럼프의 엇갈린 희비를 비교하는 듯한 글도 다수 올라왔다. 한 사용자는 팰트로가 법정에 들어서는 사진과 함께 “법을 배우고 축하하기 위해 트럼프의 재판에 들어가고 있는 나”라고 적은 글을 올렸다.
▲ 영화 사이트인 ‘디스커싱 필름’은 “‘나홀로 집에 2- 뉴욕에서 길을 잃다’의 스타 도널드 트럼프가 형사 기소됐다”면서 트럼프가 주인공 케빈(매컬린 컬킨)에게 길을 알려주는 유명한 장면을 올렸다. 트럼프는 1992년작인 이 영화에 카메오로 잠깐 얼굴을 내비쳤다.
▲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기소 사실을 비판하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기소’라는 단어의 철자를 틀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는 기소가 결정된 직후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이 불한당들, 급진 좌파 괴물들이 조금 전에 제45대 미합중국 대통령이면서 2024년 대선 후보 지명에 지금까지 선두인 공화당 주자를 가리켰다(INDICATED)”고 적었다. ‘기소했다’(indicted)고 쓰려다가 오타를 낸 것으로 보인다. 벤 콜린스 NBC 기자가 트위터에 트윗을 올리자 순식간에 1만 6000차례 ‘좋아요!’를 받고 2600여 차례 리트윗되며 화제를 모았다.
▲ 존 쿠퍼란 트위터 이용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소돼 곧 지문을 찍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면 이런 표정을 지을 것이라고 대놓고 비아냥댔다.
이 밖에 코미디 센트럴의 시사 풍자 프로그램 데일리 쇼는 트럼프가 2020년 대선을 자신이 승리했다는 온갖 거짓 주장을 펼쳐온 사실과 함께 이날 대배심 배심원단의 평결을 통해 기소가 결정된 점에 빗대 “드디어 다수결을 획득하셨군요. 축하해요”라고 비웃었다.
트럼프를 ‘성추문 입막음’ 혐의와 관련해 기소하기로 결정한 미국 뉴욕주 맨해튼의 대배심(grand jury)은 한국에는 없는 제도다. 일반 시민이 검찰의 수사 내용을 검증해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로, 검찰이 기소권을 독점한 한국에서 검찰 개혁의 방법론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정부의 사법권 남용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도입된 제도로 영국에서 유래됐다. 미국헌법 제5조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사형을 선고할 수 있는 중죄는 대배심의 기소가 필요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배심은 미국 드라마나 영화 속 법정 장면에서 피고인의 유·무죄를 결정하는 소배심(trial jury)과는 역할이 다르다. 대배심은 유·무죄는 다루지 않으며 특정인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판단해 기소 여부만 결정한다.
대배심은 16∼23명으로 구성되며 뉴욕주에서는 23명이다. 최소 16명이 참석해야 정족수가 채워지며 투표를 통해 12명이 동의해야 기소할 수 있다.
임병선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