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8일 오전 서울역이 귀성객으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요맘때 국회의원이나 당 관계자들을 만나면 종종 들리는 얘기다. 정치권에서는 설날이나 추석 등 명절이 다가올 때마다 촉각을 곤두세운다. 오랜만에 친인척들이 모여 정보를 교환하고 토론하는 장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연휴 직전 정치 세력들이 경쟁적으로 자기에게는 유리한 카드를, 상대에게는 불리한 카드를 던지는 배경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현지 보좌관(전 경기도청 비서관)에게서 받은 “백현동 허위사실공표, 대장동 개발관련 허위사실공표, 김문기(대장동 의혹 관련으로 수사를 받다가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모른다 한거 관련 의원님 출석요구서가 방금 왔습니다. 전쟁입니다”라는 문자를 읽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번 나흘간의 추석 연휴 밥상에서 가장 많이 오를 화두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둘러싼 법적 공방이 될 전망이다.
정부와 여야는 연휴 시작 직전 앞다퉈 법적 공세를 주고받았다.
법적 공방은 검찰이 이 대표에게 ‘허위사실 유포’ 관련 수사와 관련해 소환을 통보하며 시작됐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이를 두고 ‘정치 탄압’이라고 비판했고 결국 이 대표는 출석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기다렸다는 듯 이 대표를 비판했다. 권성동 당시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 대표 스스로 본인을 성역이나 치외법권 지역에 있다고 착각하지 말길 바란다”고 비판했고 성일종 정책위 의장도 “답정너가 아니라 ‘답정명’으로 이미 정해져 있는 답을 내놓는데 뭐 그리 배배 꼬아대나. 이게 민주당이 자랑한 이 대표의 유능함인가”라고 꼬집었다.
민주당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해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7일 의원총회를 거쳐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허위 경력 등 진상 규명을 위한 특검법을 발의한 것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그간 김 여사 특검에 대해 소극적이었지만 이 대표에 대한 소환 통보 이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윤 대통령을 향해서도 칼날을 겨눴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 당시 김 여사의 주가조작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검찰에 윤 대통령을 고발했다. 이어 고가의 명품 장신구를 재산신고에 빠뜨렸다며 같은 혐의로 재차 고발했다.
▲4일 오후 대구시 중구 대봉동 김광석 거리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대구 시민들을 만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구=뉴시스)
국민의힘의 내홍도 재밌는 안줏거리다. 영화를 방불케 하는 이준석 전 대표와 소위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사이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발단은 윤 대통령의 문자였다. 이 전 대표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로부터 ‘6개월 당원권 정지’ 중징계를 받고 여의도를 떠났을 때 윤 대통령이 권 원내대표에게 보낸 “내부총질이나 일삼는 당 대표”라는 내용의 문자가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대상을 특정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이 전 대표를 향한 것이었다.
이떄부터 이 전 대표는 윤 대통령과 윤핵관을 겨냥해 적나라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은 당시 상황을’ 비상’으로 규정하고 최고위원 사퇴 후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이라는 전략을 꾀했다. 주호영 의원이 비대위원장을 맡았다.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 이 대표의 복귀를 막기 위한 차원이었다.
하지만 법원이 국민의힘이 비대위 전환 당시를 비상상황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며 전국위원회의 주 비대위원장 의결을 무효로 했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권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으로 선출하며 강대강으로 대응했다.
이후 새 비대위원장에 정진석 의원이 오르고, 권 원내대표는 원내대표직을 내려놓았다. 이 전 대표 측은 정 비대위원장에 대해서도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며 공세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