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고시엔 예선 서도쿄 지역 1회전
장애 특수학교 단독 팀 처음 출전
관중 “포기하지 마” 끝까지 응원
전력 다했던 상대팀 우정도 극찬
지난 7일 일본 도쿄도 하치오지시에서 열린 일본 고교야구 전국대회(고시엔) 지역 예선 경기를 치른 도쿄도립세이초특별지원학교의 시라코 유키 주장이 경기 후 소감을 말하고 있다.
도쿄신문 엑스 캡처
일본 고교야구 전국대회(고시엔)에서 무려 ‘66대0’이라는 충격적인 점수가 나왔다. 하지만 이긴 팀과 진 팀 모두에게 격려와 감동의 박수가 쏟아지면서 일본 사회에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무대는 지난 7일 도쿄도 하치오지시에서 열린 서도쿄 지방대회 1라운드 경기. 고시엔 본선 진출팀을 결정하는 이 경기에서 히가시무라야마니시고교가 세이초특별지원학교를 상대로 66점을 뽑아내며 승리를 거뒀다.
히가시무라야마니시고는 1회에만 11점을 냈고 2회 6점, 3회 21점, 4회 15점, 5회 13점을 추가하면서 66점을 기록, 5회 콜드게임으로 승리했다. 세이초학교는 단 1점도 내지 못했다.
세이초학교는 도쿄도 세타가야구에 있는 장애인 특수학교다. 학생들은 장애를 안고서도 야구에 대한 열정은 누구보다도 뜨거웠다. 지난해 고시엔에는 야구부원이 부족해 다른 두 개 학교와 연합팀을 이뤄 참가했지만 올해는 신입부원이 늘어 단독으로 출전했다. 특수학교가 단독팀으로 고시엔 지방대회에 출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세이초학교 선수들은 더위 때문에 힘들어하기도 했지만 12명의 선수 모두 경기를 끝까지 마쳤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주장이자 외야수인 3학년 시라코 유키는 며칠 동안 잠을 자지 못할 정도로 경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실력 차이를 좁히기는 어려웠다. 5회 말 타석에서 삼진아웃이 돼 돌아온 시라코에게 관중들은 “캡틴(주장), 포기하지 마라”고 외쳤다. 시라코는 경기 후 굵은 눈물을 흘리며 “단독으로 출전할 수 있었고 마지막에는 타석에까지 설 수 있었다.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점수 차이는 엄청났지만 경기 내용에는 의미 있는 기록도 담겼다. 세이초학교 1학년 이와모토 다이시는 1회 말 선두 타자로 나서 소중한 안타를 기록했다. 1루 위에서 양손으로 승리의 브이자를 표시한 이와모토에게 관중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구보타 고지 감독은 “무거운 문을 연 역사적인 하루가 됐다”며 “선수들이 훈련 성과를 발휘해 열심히 해 줬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이어 “이 시합을 보고 전국에서 우리도 야구를 해 보고 싶다고 손을 드는 특수학교가 늘어나길 기대한다”고 했다.
감동의 박수는 히가시무라야마니시고에도 이어졌다. 실력 차가 큰 세이초학교를 상대로도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한 일본 네티즌은 “세이초학교의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 히가시무라야마니시고교의 전력을 다하는 모습, 이러한 학생들의 우정에 감동하며 봤다”고 극찬했다.
도쿄 김진아 특파원
2024-07-15 2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