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습도 80% 내외 최고치 기록
고온다습 남서풍에 연일 열대야
정전·단수 불편에 인명 피해 속출
“이번 여름 너무 습해… 더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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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찜통 더위
무더위가 이어진 5일 대구 중구 반월당사거리 인근 달구벌대로에서 시민들이 열기로 가득한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2024.8.5.
연합뉴스
사상 최악의 여름으로 꼽히는 2018년을 떠올리게 하는 폭염이 연일 한반도를 강타하면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고온다습한 남서풍으로 열대야가 계속되며 상대습도까지 80% 내외로 높은 ‘찜통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가 ‘가장 고통스러운 여름’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은 5일 오후부터 서해 중남부 연안에 고수온 경보를, 동해 전 연안에는 고수온 예비특보를 발령했다. 고수온 예비특보는 수온 25도, 주의보는 28도, 경보는 수온 28도가 3일 이상 지속될 때 내려진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바닷물 수온도 급격히 오르자 서해안 양식 어장에는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경기 안산시에서 양식장을 운영하는 어민 A씨는 “올해 유독 수온 상태가 더 좋지 않다.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산소 발생기 등 장비를 가동하고 있지만, 물고기 폐사 등의 피해를 막긴 힘들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기상청은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이 한반도를 이중으로 덮고 있어 열이 들어오기만 하고 빠져나가지는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과 이달 전국 평균 상대습도는 각각 83%와 79%나 됐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더웠던 2018년 7월과 8월의 77%와 68%보다 높은 것이다.
습기를 머금은 무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폭염으로 에어컨이 고장나거나 아파트 정전 등의 발생이 늘면서 시민들의 불편도 커지고 있다.
인천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인천시청 본관에 있는 에어컨이 고장나 사무실 곳곳이 찜통이 됐다. 결국 시청을 찾은 시민과 직원들은 에어컨이 나오는 다른 건물 등으로 몸을 피해야만 했다. 지난 4일 오후에는 경기 포천과 전남 광주 등에 있는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 열대야 정전 피해가 발생해 주민들이 무더위 속 선풍기와 에어컨을 가동하지 못해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경북 청도군에선 이날 폭염 영향으로 전체 물 사용량이 생산량을 넘어서면서 단수 사태도 벌어졌다. 주민들은 면사무소에서 급수 지원을 나온 소방 차량으로부터 물을 제공받아야만 했다.
한반도가 펄펄 끓으면서 인명 피해 역시 속출하고 있다. 이날 질병관리청과 대구 군위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6시 55분쯤 군위군 의흥면에 있는 한 참깨밭에서 일하던 70대 B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B씨가 온열질환으로 인해 숨진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 경위를 파악 중이다. 같은 날 전남 순천시 별량면에서 밭일을 하던 90대 C씨가 열사병으로 쓰러져 숨졌고 순천시 조례동에서도 90대 노인이 열경련 증상을 보이며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소나기와 폭염이 반복되면서 시민들의 고통도 커지고 있다. 경기 오산시에서 만난 지역 주민 이모(34)씨는 “이번 여름은 더운 걸 떠나 너무 습해서 더 고통스럽다. 햇볕은 뜨거운데 갑자기 비가 내리거나, 끈적하고 더워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임태환·김형엽 기자
2024-08-06 1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