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연달아 선공한 ‘고체 연료 우주 발사체’ 또 국산 잠수함의 수중 발사 미사일까지.
모두 국방 과학 연구소 연구원들의 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죠.
그런데 연구 성과에 대한 포상금은 물론이고, 초과 근무 수당 같은 기초적인 처우 개선 예산이 1원도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매년 퇴직자들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애국심에만 기대선 안 된다’ 이런 호소가 나오고 있습니다.
홍의표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달 2차 시험발사에 성공한 고체연료 우주발사체.
위성을 우리 손으로 쏘아올릴 발판이었습니다.
해상에서밖에 발사가 안 되다 보니, 연구원들은 어민의 안전과 기상까지 고려에 고려를 거듭했습니다.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원]
“바지선에 배 타고 나가서 도시락도 못 먹고 발사 준비를 했고, (비밀 사업이라) 숨어서 모든 걸 해야 되기 때문에… 토요일·일요일도 없고 이런 생활들을 많이 합니다.”
세계 7번째로 독자 개발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의 핵심도 국방과학연구소입니다.
하지만 이런 연구인력들이 연구소를 떠나고 있습니다.
매년 자발적으로 퇴직한 연구원 숫자가 늘고 있는데, 최근 5년 동안 모두 199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항공우주와 AI 전문인력이 많다 보니 외부에서의 입사 제의도 많습니다.
하지만 고된 업무 강도에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게 더 큰 이유란 목소리가 나옵니다.
수당 대신 휴가를 받는 제도도 3년 전에야 도입됐는데, 연구원들이 받고도 못 쓴 보상 휴가만 ‘6천8백일’에 가까울 정도로 업무 강도가 높습니다.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원]
“실질적으로 일하는 사람이 쉴 수가 없어요. 처우가 너무 안 좋고 업무 강도는 심하고, 우수 연구 인력들이 외부로 유출되는 거죠.”
그런데 올해 국방과학연구소의 연구인력 처우개선 예산은 한 푼도 편성되지 않았습니다.
방위사업청은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원들의 업무 포상금과 초과근무 수당 같은 처우개선에 쓰겠다며 모두 150억 원의 예산을 늘려달라고 요청했고, 국회도 여·야 합의로 승인했습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예산 절감을 더 중시한 것이지만 국방기술연구의 특성을 무시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다른 연구소는 기술 수출이 이뤄지면 그 이익으로 성과금을 줄 수 있지만, 국방기술은 통상 수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따로 정부가 재원을 주지 않는 한 연구인력에게 보상을 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안규백 의원/국회 국방위원회]
“일반 사기업에 비해서 (급여가) 70% 정도 수준이기 때문에, 신분적·복지적 보장 제도를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고급 인력 유출이 심각할 것으로 판단합니다.”
특히 개발에서 실용화까지 10년 이상 소요되는 국방기술의 특성상 인력 유출은 타격이 더 큽니다.
국내 유일의 국방연구개발 기관이란 자부심 외에 처우개선 대책도 필요하다는 평가입니다.
MBC뉴스 홍의표입니다.
영상편집 : 조민우 / 그래픽 : 유승호·강다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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