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제례악 등 제례음악은 중국 송나라 휘종이 창제한 ‘대성아악’이 그 원조다. 대성아악은 주나라 아악에 기반을 둔 것으로 당악이나 향악이 민간에서 전해내려온 것과는 달리 궁중 음악으로 자리잡았다. 아악은 궁중에서의 제례악은 물론 연례악이나 정악 등을 통틀어 말한다. 좁은 의미에서는 문묘 제례악을 지칭한다. 유교식 제사 음악인 것이다.
대성아악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시기는 고려 예종 때인 1116년이다. 송 휘종이 고려에 악기와 곡보 등을 전했다. 하지만 고려는 불교국가였기 때문에 대성아악은 크게 발전하지 못하고 간신히 명맥만 이어갔다. 조선조에 들어서자 유교 국가답게 대성아악을 대대적으로 정비했다. 세종은 1447년 대성아악을 토대로 연회 때 쓰는 회례악을 창제했다. 중국 제례악을 편곡 혹은 개작한 곡과 아예 창작한 곡을 섞어 만들었다. 세조는 1464년 이를 수정해 제례악으로 바꿨는데 이것이 종묘제례악으로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종묘제례악은 음악과 노래, 춤이 다 들어 있다. 역대 왕과 왕비의 신위를 모신 종묘에서 제사를 지낼 때 무용과 노래와 악기를 사용해 의식을 진행했다. 각 절차마다 보태평과 정대업이라는 음악이 연주되고 조상의 공덕을 찬양하는 내용의 종묘악장이라는 노래가 불려진다. 또 보태평지무라는 이름의 문무(文舞)와 정대업지무라는 무무(武舞)가 곁들여진다. 한마디로 우리 음악의 정수가 그대로 들어 있는 종합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우리 전통음악의 특성인 흥겨움이나 강렬함은 없다. 궁중 의전에 맞춰 엄격하게 진행하기 때문이다. 느린 속도와 조용한 흐름 속에서도 미묘한 변화가 느껴진다. 거기서 우러나는 자연미와 유장함, 조화미 등은 대표적 미적 요소들이다. 여기서 강조되는 것은 예다.
종묘제례악은 그 독창성과 우수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2008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국립국악원이 종묘제례악을 들고 독일 순회공연에 나섰다. 지난 12일부터 26일까지 베를린과 함부르크 등 독일의 4개 주요 도시들에서 공연을 계속하고 있다. 이번 공연에는 연주자 48명, 무용단 17명 등 총 65명의 예술단이 참여하고 있다. 기악 연주는 전장에 걸쳐 진행되며 노래와 춤도 역시 원형대로 무대에 오른다. 이미 종묘제례악은 일본과 이탈리아, 프랑스 등에서 공연돼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우리나라 대중문화는 이미 전세계에서 세를 떨치고 있다. 그 근간에는 우수한 전통문화가 잠재돼 있음은 물론이다. 종묘제례악은 500년을 훌쩍 넘긴 품격 높은 한국의 전통음악이다. 거기에는 음양오행사상이나 삼재사상, 팔괘사상 등이 깃들어 있다고 한다. 그 깊이와 맛이 서양인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할 것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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