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1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아 시민들을 향해 머리 위로 하트를 만들어 보이 인사하고 있다. 2023.1.11/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존재감’이 부쩍 커졌다. 새해를 맞아 ‘보수 텃밭’인 대구를 찾고, 윤 대통령의 순방길에 밀착 동행하며 해외 정·관계 인사들과 친분을 쌓았다. 집권 초 외부 노출을 자제하던 ‘조용한 내조’에서 벗어나 ‘퍼스트레이디'(Frist lady) 역할에 본격적으로 나선 모습이다.
22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김건희 여사는 지난 14~21일 윤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국빈 방문과 스위스 순방에서 총 6차례의 단독 일정을 소화했다. 한-UAE 정상회담과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특별연설 등 정상외교를 제외하면 윤 대통령의 동선 대부분에서 김 여사가 등장했다.
김 여사는 외교 무대 전면에 나섰다. 국내에 ‘만수르’로 널리 알려진 셰이크 만수르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부총리 겸 대통령실 장관과 친분을 쌓고, ‘UAE 국모’로 불리는 셰이카 파티마 빈트 무라바크 알 케이트 여사와도 각별한 인연을 맺었다. 윤 대통령이 ‘세일즈 외교’에 전념하는 동안 현지 유력 인사들과 교류하는 외교 내조에 집중했다.
김 여사는 15일 윤 대통령과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과의 국빈 오찬에서 만수르 부총리 옆자리에 배석했다. 이때 만수르 부총리는 “조만간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라며 “한국 방문 때 들를 만한 좋은 장소를 추천해달라”고 부탁했는데, 김 여사는 “한국을 찾으면 관광지를 추천해주겠다”며 향후 별도로 연락을 주고받기로 했다고 한다.
김 여사는 같은 날 UAE 수도 아부다비의 ‘바다궁’에서 모하메드 대통령의 어머니인 파티마 여사의 초청 만찬에 참석했는데, 두 사람은 ‘엄마와 딸’ 수준의 각별한 인연을 맺은 것으로 전해진다. 파티마 여사는 김 여사의 미모와 인문학적 소양에 큰 감명을 받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담화가 오갔다는 전언이다. 파티마 여사는 한국 방문에도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9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 미술관에서 알베르토 자코메티 재단의 알렉산더 졸스 회장 및 관계자들과 환담한 뒤 미술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1.21/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
김 여사는 본업인 ‘문화예술 교류’ 행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김 여사는 지난 15일 누라 알 카아비 UAE 문화청소년부 장관과 대통령궁인 ‘알 와탄 궁’ 도서관을 찾은 자리에서 우리나라 책을 언급하며 “한국 문화콘텐츠가 책에서 영화나 드라마로도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올해 6월 예정된 서울 국제도서전에 대한 관심을 당부하기도 했다.
17일 두바이 미래박물관에서 셰이카 라티파 빈트 모하메드 알 막툼 공주와 환담을 가진 자리에선 아트페어, 북페어, 두바이 디자인주간 등 프로젝트에 아직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여하지 못했던 것을 언급하며 “한국과 두바이가 다양한 문화교류를 통해 미래를 함께 열어가며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김 여사는 18일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영상작가 이미 흄즈, 싱어송라이터 아키노암 니니(노아), 기타리스트 길 도르 등 세계 각 분야 예술가들을 만나 한국 방문을 제안하기도 했다. 19일에는 스위스 취리히 알베르토 자코메티 재단도 찾았다. 김 여사는 지난 2017~2018년 서울에서 열린 스위스 출신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 한국 특별전을 기획한 인연이 있다.
김 여사의 행보가 ‘정치 영역’으로 확장한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그는 지난 12일 올해 첫 공개 행보로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설맞이 장을 보고 지역 상인과 시민들을 만나 새해 덕담을 나눴다. 대구는 ‘보수의 심장’이자, 윤 대통령이 2021년 6월 정치 참여를 선언하고 처음 영남권을 방문했을 때 찾은 곳이다.
김 여사는 시장 곳곳을 돌며 카스텔라·납작만두·어묵·가래떡·치마 등을 구매했다. 분식집에서 떡볶이와 납작만두를 먹을 때는 상인이 “이런 데서는 처음 드시는 것 아니냐”고 묻자, 김 여사는 “아니에요. 제가 딱 좋아하는 스타일”이라고 대답했다. 김 여사는 시장으로 시민들이 몰리자 양팔로 ‘손 하트’를 그리며 적극 소통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11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아 어묵을 맛보며 상인과 이야기 나누고 있다. 2023.1.11/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
정치권은 윤석열 정부가 집권 2년차에 들면서 김 여사도 적극적인 ‘국정 내조’에 나섰다고 평가하고 있다. 지난해 김 여사는 필수적인 공식 일정 외에는 취약계층을 챙기거나 문화예술 등 비(非)정치 영역 행보에 집중했지만, 연말 연초를 기점으로 문화·정치·외교를 넘나들며 ‘광폭 행보’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윤 대통령은 최근 김 여사에게 ‘낮은 자세로 많이 다녀라’라며 적극적인 대외 활동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공개된 신년 인터뷰에서 “취임해보니 배우자도 할 일이 적지 않더라”며 “어려운 이웃을 배려하는 일을 대통령이 다 못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여사의 향후 보폭은 더욱더 넓어질 것이라는 게 여권 안팎의 관측이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이 다 못 챙기는 영역, 자립준비청년이나 한부모 가정처럼 소외된 사람들을 챙기는 것이 영부인의 역할이다. 역대 (영부인들도) 그랬다”라며 “윤 대통령도 영부인에게 ‘낮은 자세로 많이 다녀라’라고 당부하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