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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를 방문한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12.1 키이우 로이터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전쟁 조기 종결을 원한다며 한 걸음 물러섰다.
1일(현지시간)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 군이 크림(반도) 등 일부 영토를 탈환할 힘이 부족하다. 이것이 진실”이라며 “외교 해결책을 찾아야만 한다”고 인정했다.
그간 러시아군 완전 철수, 우크라이나 영토 회복을 평화협상 조건으로 고수했던 젤렌스키 대통령이 불리한 전황을 인정하며 태도를 바꾼 것이다.
그가 동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등 일부 영토를 빼앗긴 채로 휴전협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2022년 2월 개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다만 러시아의 침공을 억제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면 영토 회복 전이라도 휴전협상에 나설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가 내세운 휴전협상 조건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확약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새로운 침략을 시도할 수 없을 정도로 우크라이나가 강해질 때 비로소 외교적 수단을 생각할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승인을 촉구했다.
나토 가입만 확실하게 보장하면, 일부 영토는 전투 종결 후 협상을 통해 되찾을 수 있다는 입장인 것이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영국 스카이뉴스 방송 인터뷰에서도 나토 가입이 승인된다면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를 수복하지 못하더라도 휴전 협상에 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가 전쟁을 멈추고 싶다면 우리 통제 아래 있는 우크라이나 영토를 나토의 보호 아래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빨리 그렇게 해야 한다. 그러면 우크라이나 점령지는 우크라이나가 외교적 방법으로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며 “이는 전쟁의 과열 국면을 막을 수 있는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키이우를 찾은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등 EU 새 지도부에도 나토 가입을 재차 요청했다.
우크라이나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뒤 자국 영토의 20%를 러시아에 점령당한 상태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8월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으로 전격 진입해 교전을 벌이고 있지만 점령 지역의 40%를 다시 러시아 측에 내주는 등 반격에 내밀리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쿠르스크 진입에 병력을 쏟아붓는 동안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진격을 거듭하는 양상이다.
현 병력과 무기 상황으로는 우크라이나군이 결정적 전황 변화를 일으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권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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