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부터 주총장 주변 집회
욕설·고성 오가며 어수선한 분위기
KT, 5개월간 임시주총 2회 열기로
“정치권의 낙하산 경영 막아내자!”, “비리 경영진은 퇴진하라!”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KT 정기 주주총회는 새 대표 선임을 두고 여권의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는 KT의 난맥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KT는 애초 연임에 나섰던 구현모 대표이사가 두 번의 재선임 절차 끝에 사퇴했고, 대표이사 후보로 최종 추천된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도 뜻을 접었다. 이후 사외이사들의 사퇴가 이어졌고, 주총 직전 강충구 고려대 교수(KT 이사회 의장), 여은정 중앙대 교수, 표현명 전 롯데렌탈 대표 등 사외이사 3명이 추가로 사퇴했다.
이날 주총장 주변은 이른 시간부터 KT 해직 직원들로 구성된 ‘KT전국민주동지회’의 집회와 이를 관리하는 경찰과 KT 직원 등으로 어수선했다. KT전국민주동지회는 주총장 입구에서 “경영은 엉망진창, 연봉은 수십억원, 비리연루 경영진 퇴진하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집회를 진행했다. 주총장 주변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경호원들도 곳곳에 배치됐다. 다만 주총장 내외부의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주총장 내부에서는 최근 KT 사태를 둘러싼 경영진과 정치권을 향한 성토가 이어졌다. 구 대표와 윤 대표 후보 사퇴로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맡은 박종욱 KT 경영기획부문장(사장)과 임원들이 주총장에 들어서자 소액주주 사이에서는 고성과 욕설이 나오기도 했다. 박 사장은 “이해관계자 의견을 반영한 새로운 지배구조를 수립하고 정상 경영 상태가 되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며 사과했지만 주총장 내 KT전국민주동지회 소속 주주들은 “양심이 있으면 그만둬라. 이사들 모두 공범 아니냐”라고 따져 물었다.
소수 노조인 ‘KT새노조’의 김미영 위원장은 “완전 민영화가 된 KT를 두고 정치권에서 ‘감 내놔라 대추 내놔라’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이권 카르텔을 걷어내는 데 낙하산이 대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네이버 카페 ‘KT주주모임’을 운영하는 배모씨는 구현모·윤경림 대표이사 후보 사퇴와 관련해 “회사 측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해 정확하고 당당하게 밝혀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배씨는 이어 “정치권 인사들이 KT 경영 참여를 미연에 방지하는 정관을 임시주총이나 앞으로 있을 주총에서 반영해달라”고 요구했다.이에 박 사장은 “현재 상황이 이뤄지게 된 것에 대해 파악을 다 하지 못했다”면서 “추후 그런 상황이 됐을 때 회사 차원에서 알려 드리겠다” 답했다.
주총은 시종일관 소란스러운 분위기 속에 45분 만에 마무리됐고, KT는 새 대표 선임을 위해 향후 5개월 동안 임시 주주총회를 두 차례 열기로 했다.
박성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