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제시 ‘복귀 데드라인’ 끝나
병원 100곳 전공의 294명 복귀
복지차관, 전공의 만나 막판 설득
의협 “대통령실이 결단 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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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선 넘나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이탈한 지 열흘째인 29일 대구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이 분주하게 이동하고 있다.
대구 연합뉴스
정부가 ‘돌아오면 책임을 묻지 않겠다’며 제시한 마감시한이 29일로 끝났다. 오는 4일부터는 미복귀 전공의를 대상으로 사전통지, 의견진술 등을 거쳐 최소 3개월 면허정지 처분에 들어간다. 전날 오전까지 주요 수련병원 100곳에서 전공의 294명이 복귀한 것으로 파악됐지만 환자 곁을 떠난 전공의의 3%에 그쳐 향후 미복귀자 수천 명이 면허정지 처분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무더기 면허정지란 초유의 사태가 들끓는 의료계에 기름을 부어 전임의(펠로), 대학교수까지 현장을 떠나는 극단의 사태를 불러올지, ‘선처 없는 원칙적 처분’으로 의료계를 강하게 압박해 집단행동을 잠재우고 사태를 봉합할 기제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전공의들과 대화를 갖고 막판 설득 총력전에 나섰다. 전공의 사이에서도 환자 곁으로 돌아오려는 움직임이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
전국 100개 수련병원이 복지부에 서면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 기준 현장에 복귀한 전공의는 294명이었다. 이 가운데 1명 이상 복귀한 병원이 32곳이고 10명 이상 복귀한 병원은 10곳이었다. 최대 66명이 복귀한 병원도 있었다. 상위 수련병원 50곳의 복귀 규모는 181명이었다. 전날 밤과 이날 사이 복귀한 전공의 규모는 공식적으로 집계되지 않았다. 다만 수련병원마다 복귀 절차를 문의하는 전공의들의 전화가 이어지고 있어 현장에서도 복귀 인원이 더 늘 것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박 차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환자 곁으로 돌아온 전공의들이 있어 다행이다. 환자 곁으로 돌아오는 건 패배도, 부끄러운 일도 아니다”라며 전공의들의 결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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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오른쪽) 행정안전부 장관이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집단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들에게 복귀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 기준 100개 수련병원 점검 결과 사직서 제출자는 9997명(80.2%), 근무지 이탈자는 9076명(72.8%)으로 집계됐다. 근무지 이탈자 비율이 지난 27일(73.1%)보다 소폭 감소했다. 복지부는 “이틀째 이탈률이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28일 기준 업무개시명령은 총 9438명에게 발부됐고, 7854명에게 명령을 받고도 복귀하지 않았다는 불이행 확인서를 받았다. 복지부는 현장 채증을 통해 업무개시명령 위반을 확인하고 이후 처분 절차에 들어간다. 먼저 당사자에게 처분 이유와 법적 근거 등을 사전통지하고, 의견진술 등의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박 차관은 “의견 청취 결과 전공의들이 하는 설명이 타당하지 않고 납득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처분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단순 미복귀자는 면허정지에 그치더라도 주동자는 경찰 고발이 이뤄질 수 있다. 다만 정부는 오는 3일까지 연휴 기간 내에 복귀하는 전공의에 대해서는 “더 고민해야 한다”고 말해 시간을 두고 기다려 줄 가능성도 시사했다.
전날 서울대병원장이 전공의들에게 복귀를 호소한 데 이어 이날 ‘빅5’로 꼽히는 세브란스병원과 삼성서울병원도 병원장이 직접 나서 환자 곁으로 돌아오라고 호소했다. 하종원 세브란스병원장과 송영구 강남세브란스병원장, 김은경 용인세브란스병원장은 소속 전공의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우리나라 의료의 미래와 환자의 생명을 위한 여러분의 오랜 노력과 헌신이 무너지지 않기를 바란다”며 “전공의 여러분, 이제 병원으로 돌아와야 할 때”라고 설득했다. 박승우 삼성서울병원장도 “시간이 갈수록 선생님들의 빈자리가 너무나 크게 느껴진다”며 “여러분들이 뜻하는 바 역시 환자를 위한 마음임을 이해한다. 이젠 현장으로 돌아와서 환자들과 함께하며 그 마음을 표현해 주기를 청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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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 앞에 환자용 휠체어가 늘어서 있다.
부산 뉴시스
대한전공의협의회 역대 회장 15명은 이날 ‘전공의와 정부에 드리는 글’을 통해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은) 지나치게 과도한 근무 조건과 이를 보상해 주지 못하는 임금, 민형사상 위험성, 더는 가질 수 없는 미래의 희망 때문일 것”이라며 복귀 시 노동 가치를 보장해 달라고 주문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정부에 날을 세우며 “내일부터는 인턴, 전공의, 전임의들이 사라지므로 국민 건강 수호와 올바른 의료 발전을 위해 대통령실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박 차관과 전공의들의 대화를 언급하며 “마지막까지 대화를 시도했다는 모습만을 국민 앞에 보여 주기 위한 쇼에 불과하다”면서 “대화의 전제 조건이 전혀 해결되지 않았는데, 대화하자고 말하면 응할 사람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의협 비대위는 전날 “정부와 대화 중”이라고 밝혔으나, 복지부는 “의협 비대위가 말한 정부와 의료계 간 협의체는 구체화된 바 없다”고 했다.
정부는 급격한 증원으로 인한 의대 교육 부실화 논란과 관련, 국립대교수를 1000명 더 증원하겠다(서울신문 2월 16일자 )는 계획을 내놨다. 거점국립대 교수는 현재 1200~1300명 수준인데, 2200~2300명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박 차관은 “의사 증원과 교수 증원이 함께 추진되면 의대생·전공의들에게 질 높은 교육과 수련을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증원하는 교수 1000명은 교육부 장관이 보수를 지급하고 총장이 임명하는 정교수를 뜻한다”며 “정교수가 늘어나면 기금교수나 임상교수 중 상당수가 정교수가 되는 것이고, 기금교수·임상교수 자리는 후배들에게 길이 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2024-03-01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