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대 개막… 리창 총리 업무보고
성장률 목표 시장 전망보다 높아
침체에도 ‘中경제 미래 밝다’ 신호
국방예산 증가도 지난해와 비슷
미중 패권경쟁 대응·현대화 의지
시진핑 ‘1인체제’ 갈수록 굳어져
“폐막 때 총리 기자회견 안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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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국위원회 개막에 앞서 시진핑(왼쪽) 국가주석과 리창 총리가 착석하고 있다.
베이징 AP 연합뉴스
중국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5% 안팎’으로 제시했다. 시장의 예상을 넘어서는 수치로, 미국과의 갈등 심화·부동산 시장 침체 위기에도 ‘중국 경제의 미래는 밝다’는 신호를 발신하려는 취지다. 올해 국방예산도 지난해보다 7.2% 늘리며 ‘패권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5일 리창 국무원 총리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회식에서 총리 취임 뒤 첫 업무보고를 하면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목표를 5% 안팎이라고 밝혔다. ‘위드 코로나’ 원년인 지난해와 같은 수치로, 1991년(4.5%) 이래 코로나19 대유행 영향으로 목표치를 내놓지 않은 2020년을 빼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중국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5.2%였다. 그러나 올해 전문가들은 ‘제로 코로나’ 정책 폐기에도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미국 등 서구세계의 압박도 강해져 ‘4%대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견해가 많았다. 서방 매체를 중심으로 중국의 고도성장이 끝났다는 ‘중국 위기론’도 지난해에 이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리 총리는 “우리나라(중국) 경제의 기초가 안정적이지 않다”면서도 “올해 직면한 환경은 유리한 조건이 불리한 요소보다 강하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평가와 무관하지 않다. 베이징 지도부는 중국 경제의 장기 전망이 낙관적이라는 ‘중국 광명론’으로 위기론에 맞서고 있는데, 경제성장률 목표치 역시 중국 광명론을 증명하려는 노력의 하나로 풀이된다.
아울러 그는 올해 재정적자 목표치를 GDP의 3%로 설정해 4조 600억 위안(약 750조원)의 적자 예산을 편성한다고 했다. 신규 취업자 수 1200만명 이상과 실업률 5.5% 안팎,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3% 안팎 등도 목표로 내놨다. 올해를 ‘소비 촉진의 해’로 지정해 국민의 지갑을 열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날 중국 재정부는 전인대 연례회의에서 올해 국방비 지출을 지난해보다 7.2% 늘어난 1조 6700억 위안(309조원)으로 제시했다. 증가율 역시 지난해와 같다. 2019년 7.5%, 2022년 7.1%를 감안하면 올해 중국 국방예산이 크게 늘었다고 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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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연례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시작된 5일 인민대회당 앞에 소수민족 대표단이 모여 해외 언론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베이징 EPA 연합뉴스
다만 이번 예산은 경기 침체 상황에서도 미중 패권 경쟁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자 군 현대화에 매진하려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만에서 친미·독립 성향 민진당이 3연속 집권했고,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에서도 동남아 국가들과 충돌이 잦아지는 것도 국방비 증액의 배경으로 읽힌다.
이번 양회에서는 시진핑 ‘1인체제’가 갈수록 굳어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전날 러우친젠 전인대 14기 2차 전체회의 대변인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연 사전 브리핑에서 “올해 전인대 폐막 뒤에는 총리 기자회견이 열리지 않는다”면서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이번 전인대 뒤 몇 년간 총리 기자회견은 없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전인대 폐막식 총리 기자회견은 개혁개방 시기에 생겨난 30년 넘는 전통이다. 중국에서는 최고 지도자급 인사에게 직접 질문하고 답변을 들을 기회가 드물다는 점에서 총리 기자회견은 ‘전 세계와 소통하려는 중국의 의지’를 확인하는 수단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올해부터 이를 없애기로 한 것은 ‘2인자’인 총리의 위상 저하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라는 평가다. 시진핑 1·2기 10년 동안 국무원을 이끈 고 리커창 전 총리가 전인대 폐막식 기자회견에서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 주목받은 것과 대비된다. 리창은 시 주석이 2002~2007년 저장성장이던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다. 이 때문에 그가 국무원 총리로 임명될 때부터 총리의 역할이 약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샨웨이 싱가포르국립대 동아시아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블룸버그통신에 “리창 총리가 경제 및 사회문제에 더 높은 결정 권한을 받았지만 외교를 포함한 다른 문제에 대한 권한은 축소됐다”고 분석했다.
류지영 기자
2024-03-06 1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