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장관 회담 성사되면 첫 고위급 회담
대면 정상회담·대북 대응 등 논의
박진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지난 9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맞춰 서울을 찾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회담했다. 당시 박 장관은 정식 임명 전 후보자 신분으로 하야시 외무상을 만났다. 외교부 제공
한·일 외교당국이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외교장관 회담을 열어 경색된 양국 관계를 풀기로 뜻을 모았다. 일본에선 박진 외교장관이 6월 중순 일본을 방문해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회담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한-일 관계 개선을 주요 외교 목표로 내건 윤석열 정부가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 등 ‘현안 문제’에 대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외교부 당국자는 26일 와 한 통화에서 한·일 양국이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회담을 하기로 뜻을 모은 상태”라며 “현재 소통을 이어가고 있으며, 결과가 나오는 대로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 이날 오전 복수의 한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박 장관이 6월 일본을 처음 방문해 하야시 외무상과 회담할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 간의 정상회담과 역사 문제 등 현안의 조기 해결을 시도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야시 외무상은 윤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지난 9일 한국을 방문해 취임 전의 박 장관과 회담한 바 있다. 신문은 박 장관이 하야시 외무상에게 “양국 간 현안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고 싶다는 의향을 전할 것”이라는 한국 정부 관계자의 발언도 소개했다.
관심을 모으는 것은 두 나라 정상의 대면 회담이 언제쯤 열릴지이다. 한-일 관계가 본격적으로 개선 흐름을 타려면,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 판결로 확정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배상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이 문제와 관련해 한국은 ‘정부가 대법 판결에 개입할 수 없다’, 일본은 ‘1965년 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됐다. 한국이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4년째 대치하고 있다. 정상 간의 허심탄회한 소통을 통해 ‘정치적 결단’을 내리지 않는 한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
첫 정상회담의 계기로 떠오른 것은 새달 말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예정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다. 신문은 이 회의에 “일·한 정상도 참가를 검토하고 있다”며 이 기회에 대면 회담이 이뤄질 수 있도록 있도록 양국 간에 의제 조율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신문은 “첫 회담이 성사되더라도 (구체적 현안 논의보다) 일·한이 큰 틀에서 관계 정상화에 합의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일 모두에 정치적 부담이 큰 만큼, 구체적 해법 마련은 한국의 6월1일 지방선거와 일본의 7월10일 참의원 선거가 끝난 뒤 본격 논의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문은 “연내에 현안을 일괄 해결하기 위해 윤 대통령이 여름 이후 일본을 방문해 다시 정상회담을 하는 2단계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한-일 간 역사 문제에 대한 큰 원칙을 무너뜨리며 섣부르게 양보할 경우 상당한 국내 반발을 부를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한-일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왔고, 미국도 이를 강하게 희망해왔다. 한·미 정상은 지난 21일 공동성명에서 “한·미·일 3국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정인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