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이진원 객원기자] 연말연시 올해 증시 전망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잘 맞추기로 소문난 일명 ‘월가 족집게들’이 미국 증시에 대해 극과 극의 상반된 전망을 내놓았다. 올해가 지나서 누가 진정한 족집게 타이틀을 지켜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스톤의 바이런 빈(Byron Wien) 부회장은 4일(현지시간) 조 자이들(Joe Zidle) 최고투자전략가와 함께 작성해서 공개한 ‘올해 투자자를 놀라게 할 10가지(Ten Surprises of 2023)’ 보고서에서 올해 미국 경제가 ‘완만한(mild)’ 경기침체 정도만 겪고, 주식시장은 중순경 바닥을 친 후 지난 2009년에 버금가는 상승장을 펼칠 것으로 전망했다.
S&P500은 2007~2009년 금융위기 당시인 2007년 10월 9일부터 2009년 3월 9일까지 17개월 동안 ‘약세장(bear market)’에 시달리며 50% 가까이 급락하며 666.79p까지 빠졌다가 반등하기 시작해서 연말에는 23.5%가 오른 1,130p를 찍었다.
올해 89세인 모건스탠리 전략가 출신의 빈 부회장은 1986년부터 매년 경제와 금융시장에 대한 자신의 판단을 담은 이 보고서를 발표해왔다. 그가 말하는 ‘투자자를 놀라게 할 일’은 투자자들은 발생 확률을 3분의 1로 보지만 자신은 50% 이상이라고 믿는 일들이다.
마이클 칸트로비츠는 S&P500 15% 추가 추락 전망
그런데 다음 날인 5일에는 역시 ‘월가 족집게’로 불리며 지난해 기관투자자 신뢰도 조사에서 3위를 차지한 투자자문사 파이퍼 샌들러 앤 코(Piper Sandler & Co.)의 마이클 칸트로비츠(Michael Kantrowitz) 전략가가 빈 부회장과 전혀 다른 전망을 내놓았다.
칸트로비츠 전략가는 올해 S&P500이 현시점에서 15% 정도 더 빠진 3,225p까지 추락할 것으로 내다본 것. 간밤 S&P500은 1.16% 하락한 3,808.10p에 거래를 마쳤다.
그가 이처럼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이유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연방준비제도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이 시차를 두고 연중 내내 기업 실적과 실물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칸트로비츠는 “2002년 채권 가격 약세(금리 상승)와 글로벌 정책 긴축의 ‘연쇄 효과(knock-on effect)’가 기업 실적과 주기적 시장 리스크를 통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올해 미국 증시는 더 많은 고통을 겪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제시한 이 같은 목표가는 월가 전문가들의 평균적 전망보다 훨씬 더 낮은 수준이다.
블룸버그가 지난해 12월 실시한 조사에 참여한 월가 전략가 22명의 올해 연말 S&P500 전망치 평균은 전일 종가보다 7% 정도 높은 4,078p다. 또 로이터가 지난해 11월 말 월가 전략가 4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나온 전망치 중간값은 블룸버그 조사 결과보다도 높은 4,200p이었다.
골드만·모건스탠리는, 하반기 약한 반등 예상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등의 전략가들은 경기둔화와 높은 인플레이션 및 연준의 ‘매파적’ 통화정책 운용 등으로 올해 상반기 미국 증시가 추가 하락하겠지만 하반기 연준이 금리 인상을 멈추면 증시가 다시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들은 증시가 회복하더라도 회복 강도는 강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칸트로비츠의 예상대로 S&P500이 2년 연속 두 자릿수 하락한다면 이는 2002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 된다
칸트로비츠가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지만 그의 전망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정확하게 예측해 유명해진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 사이온 자산운용의 창업자 마이클 버리(Michael Burry)의 전망에 비하면 비관적인 축에 못 낀다.
버리는 지난해 5월 과거 증시 폭락 사태에 근거해 전망했을 때 S&P500이 향후 몇 년에 걸쳐 최소 1,900p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족집게도 다 맞는 건 아니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족집게 소리를 듣는 전문가들의 예측이 항상 맞는 건 아니다.
빈 부회장은 지난해 다른 월가 전문가들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그것이 자산 가격에 미칠 영향을 과소평가했다. 그는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4.5%까지 오르고, 미국 증시의 벤치마크 지수인 S&P500은 어느 순간 20% 가까이 하락하겠지만 결국 보합 수준에서 마감될 것으로 전망했었다.
하지만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7% 이상 올랐고, S&P500은 1월 고점 대비로 최대 25% 하락하면서 ‘약세장’에 진입했다.
<이진원 객원기자 주요 이력>
▶코리아헤럴드 기자 ▶기획재정부 해외 경제홍보 담당관 ▶로이터통신 국제·금융 뉴스 번역팀장 ▶ MIT 테크놀로지 리뷰 수석 에디터 ▶에디터JW 대표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