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이후 가장 큰 수혜 관측
혼란 상황 정리하면 유리한 고지
중도층 등 외연 확장에 속도 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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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퇴진’ 촉구하는 野
이재명(두 번째 줄 왼쪽 세 번째)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이 4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를 마친 뒤 결의문을 낭독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심야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가 6시간 만에 해제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하야 요구가 쏟아지면서 정치권의 시선은 야권의 유력 대권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쏠리고 있다. 불과 10여일 전까지 ‘사법 리스크’에 쫓기던 이 대표는 예기치 않은 계엄 사태로 대선 시계가 빨라지면서 여러 잠룡들 중 가장 큰 수혜를 입게 됐다.
이 대표는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난 3일 밤 국회로 이동하며 “지금 이 순간부터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하야’, ‘탄핵’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다. 지난달 ‘김건희여사특검법’을 촉구하는 주말 장외집회 연설에서도 다른 의원들이 탄핵을 공공연하게 거론했지만 이 대표는 자제했다. 5개의 재판을 받는 이 대표가 탄핵을 언급하는 순간 사법 리스크 방어 의도로 비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무리수’로 탄핵 여론이 거세지면서 이 대표가 생환할 수 있는 가능성은 큰 폭으로 커졌다. 애초 2027년 대선까지 여러 경우의 수를 짜고 재판에 대비해야 했던 이 대표로서는 ‘조기 대선’의 가능성이 커지며 재판 부담은 줄어든 격이 됐다.
만약 2016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와 마찬가지로 윤 대통령의 탄핵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된다면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대표로선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등의 확정 판결이 나오기 전에 대선 후보로 나설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 대표가 4일 새벽 “위기는 곧 기회”라고 한 것처럼 비상계엄 사태의 혼란이 이 대표에게는 기회가 된 것이다.
앞서 지난달 위증교사 1심 무죄에 이어 비상계엄 사태로 기회를 잡게 된 이 대표는 한동안 윤석열 정부 실정을 꼬집으면서 동시에 중도층 지지 확보를 위한 행보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지난 1~2일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TK(대구·경북)’ 지역을 찾고 당내 일각의 비판에도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와 가상자산(암호화폐) 과세 유예 등의 결단을 내린 것도 중도층 끌어안기의 일환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사퇴 촉구·탄핵 추진 비상시국대회’를 통해 “윤 대통령은 국민의 일꾼이자 머슴일 뿐”이라면서 “국민이 낸 세금으로 무장한 군인을 동원해 국민에게 총칼을 들이댄다는 현실이 믿어지시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국민이 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여러분 스스로 증명하고 계시다”라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2024-12-0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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