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범대위 출범 앞두고 내홍
경기의사회 “집회에서 처음 들어”
임현택, 사전 협의 없이 불쑥 발표
박단 “임, 입장 표명 때 신중해야”
공정위 ‘집단 휴진 강요’ 조사 착수
가톨릭·성대 의대 교수 휴진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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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병원이 ‘무기한 휴진’에 돌입한 지 사흘째인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쓴 ‘휴진을 시행하며 환자분들께 드리는 글’이 붙어 있다. 2024.6.19
연합뉴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내부에선 “협의되지 않은 얘기”라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의협이 주도한 ‘18일 집단 휴진’ 참여율이 10%대에 그치고 20일 출범하는 범의료계 대책위원회(범대위)에도 전공의 대표가 불참할 것을 거듭 밝히는 등 의료계의 ‘단일대오’에 금이 가는 모양새다.
경기도의사회는 19일 입장문을 내고 “16개 시도의사회장들은 ‘27일 무기한 휴진’ 결정을 전날 집회에서 처음 들어 당황스러웠다”면서 “의사결정의 민주적 정당성과 절차적 적절성이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도회장들과 회원들은 임현택 의협 회장의 ‘장기판의 졸’이 아니다”라고 날을 세웠다.
전날 의협은 서울 여의도에서 ‘의료농단 저지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열고 “정부가 의사들의 정당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알고 보니 의협 대의원회는 물론 상임이사들과도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깜짝 발표’였다.
김택우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 회장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중차대한 문제를 (임 회장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부분에 대해 시도회장들의 의견을 모아 전달할 것”이라면서 “정부의 의대 증원 절차가 막무가내라고 비판하면서 똑같은 행보를 보인다면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도 소셜미디어(SNS)에 “임 회장은 대외적인 입장 표명을 조금 더 신중하게 하길 바란다”면서 “범의료계 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에 대해서도 들은 바 없다”고 불편한 심기를 거듭 드러냈다.
의협은 대정부 투쟁에서 의료계를 규합할 협의체인 범대위를 20일 출범시킬 계획이다. 의협과 대한의학회, 의대 교수, 전공의, 의대생 등으로 구성된 단일 창구를 통해 정부와 대화하자는 구상이지만 전공의 불참이 예상되면서 협상력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의협은 이날 저녁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의료계 연석회의를 열고 향후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
집단 휴진에 대한 정부 강경 대응도 이어졌다. 공정위는 의협의 ‘집단 휴진 강요 혐의’와 관련, 자료 확보를 위해 의협회관을 현장 조사했다. 의협은 “정부 정책에 대한 의료계의 자율적이며 정당한 의사 표현을 공권력을 동원해 탄압한 것은 매우 부당한 조치”라고 반발했다.
저조한 휴진율 탓에 공정위로서는 강제성을 입증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보건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18일 휴진에 참여한 의원급 의료기관은 5379개였다. 전체 3만 6059개 중 14.9%로 2020년 의협의 집단 휴진 첫날 참여율(32.6%)의 절반에 못 미친다. 앞서 공정위가 패소한 2014년 파업 당시 대법원은 “의원급 의료기관의 참여율이 20%대로 낮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어 휴진에 강제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빅5’ 등 상급종합병원으로 무기한 휴진 움직임이 확산하면서 의료 공백 우려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가톨릭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와 성균관대 의대 교수 비대위는 무기한 휴진 여부를 논의 중이다. 앞서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지난 17일 무기한 휴진에 돌입했고 연세대 의대 교수 비대위와 울산대 의대 교수 비대위도 각각 오는 27일과 다음달 4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예고했다.
한지은 기자
2024-06-20 1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