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5년 근거로 “외국도 전쟁 땐 축소”… 의대생 반발만 키웠다
발표 하루 만에 “의무화 아냐” 진화
복지장관 “협의 못해”… 의료계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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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지난 2월부터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의대생들에 대해 ‘내년 복귀’를 조건으로 휴학을 승인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과대학 정문으로 한 학생이 걸어 들어가고 있다. 교육부는 이날 의대를 운영하는 40개 대학에 전날 발표 내용을 담아 ‘2025학년도 1학기 복귀 조건부 제한적 휴학 허용’과 관련한 공문을 보냈다.
뉴스1
교육부가 의과대학 교육과정을 6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후 논란이 잇따르자 “획일적으로 5년 단축을 의무화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의대생 휴학 불가 방침을 고수하다가 지난 6일 ‘제한적 승인’으로 선회한 데 이어 ‘의대 교육과정 단축’ 역시 바로 물러서면서 정부가 의대 교육 혼선을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관계부처인 보건복지부와 사전 협의조차 안 된 사실이 이날 확인되면서 ‘설익은’ 안을 무리해서 내놨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교육부는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의대 교육과정 1년 단축 논란과 관련해 “현재도 대학이 설정한 학점을 이수한 학생은 수업 연한을 1년 정도 단축할 수 있는 조기 졸업 제도가 있다”며 “5년 단축을 대학이 선택적으로 한다고 할 경우 지원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교육부는 의대생 대량 휴학으로 의료인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는 경우에 대비해 의대 교육과정을 현행 6년에서 최대 5년까지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의대 학사학위 과정의 수업연한은 6년이며 1년 이내에서 단축할 수 있다.
하지만 의대를 5년으로 줄이면 부실 교육이 우려된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교육부는 해명에 나섰다. 의대 교육과정 단축에 관해 일부 대학들이 학점을 충분히 이수한다면 가능하다는 의견을 냈고, 해외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민철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에서도 전시 상황이나 파병 등 특수 상황이 있으면 군의관을 조속히 배출하기 위해 전체 이수 학점은 유지하고 커리큘럼을 압축적으로 운영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학 측은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한 대학 관계자는 “교육과정 단축 등 학사 관련 사항은 과에서 실무적으로 많은 조정이 필요하다”며 “의대는 전문성이 중요한 교육과정이라 단기간에 바꾸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교육 단축안을 놓고 관계 부처인 복지부와 상의하지 않은 점도 도마에 올랐다. 이날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대 교육과정 단축 방안 검토를 두고 “(교육부와) 사전에 구체적으로 협의는 못 했지만 학사 일정에서의 어려움이나 의료 인력 공급 공백을 방지하기 위한 교육부의 고민이 담겼다고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학 관계자는 “관계부처 장관도 모르는 계획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겠나”라고 꼬집었다.
의료계도 교육과정 단축을 당사자와 논의 없이 추진한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와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이날 공동입장문을 내고 “의과대학 교육과정, 학사에 과도한 간섭과 지시를 내려 대학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의비 공보 담당인 고범석 서울아산병원 교수도 “우리나라는 의대 교육과정이 8년인 해외에 비해 이미 짧은데 더 줄인다는 건 비정상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손정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의대협) 비상대책위원장은 “교육부가 휴학계 승인에 대한 전제를 걸고 휴학 기간을 제한하는 등 초법적인 일을 하는 건 학생의 기본적인 권리에 대한 명백한 침해이자 강요, 협박”이라며 “5년제는 말도 안 되는 땜질식 처방으로 의학 교육 질적 하락을 가져올 것이 자명하다”고 했다. 의대협은 회원들에게 ‘교육부 농단에 동요하지 말라’는 내부 공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이날 의대를 운영하는 40개 대학에 ‘제한적 휴학 허용’과 관련한 공문을 보냈다. 각 대학은 이후 복귀 시한을 정하고 의대생 상담에 나설 예정이지만 의대생 복귀 움직임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서울 김지예·세종 한지은 기자
2024-10-08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