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나경원 전 의원과 친윤 그룹 간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야당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의 당권개입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에서 “여론조사 1위를 기록한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사직서를 내자 윤 대통령은 보복·응징이라도 하듯이 ‘사표 수리가 아닌 해임’으로 맞받았다”며 “군사정권 이후 어떤 대통령한테도 보기 어려웠던 당권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과 노골적인 편파가 빚어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삼권분립 무력화’와 ‘정당민주주의 역행’이 지난 수십년간 우리 국민이 쌓아온 민주주의 토대를 근본부터 흔들고 있다”며 “지금 윤 대통령이 있어야 할 곳은 여당 전당대회 한복판이 아니라 국민 삶의 한복판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이날 오전 국회 본관 앞 농성장에서 열린 상무집행위에서 “대통령이 이렇게 노골적이고 적극적으로 여당 당대표 선거에 개입하는 것은 삼권분립을 근본에서 훼손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섬뜩하다”는 표현도 했다. 그는 “자신을 당선시켜 준 여당의 핵심리더조차 자신에게 굴복하지 않으면 배신자 취급하는데, 야당이나 시민사회, 노동계를 향해서는 얼마나 가혹할지 짐작된다”고 꼬집었다.
반면 국민의힘은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방문 중인 윤 대통령이 전날 UAE로부터 300억달러(약 37조2천6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받은 것을 띄우는 데 주력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지난해 사상 최대를 기록한 외국인 직접투자 총액과 맞먹는 수준을 한 나라에서 투자 약속을 받아낸 것으로 역대급 규모”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당내 갈등상황은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9~13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천50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윤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39.3%로 전주보다 1.6%포인트 하락했다고 이날 밝혔다. 5주 만에 40%대에서 다시 30%대로 주저앉았다. 일별로 보면 나 전 의원을 해임한 지난 13일 긍정평가는 38.0%로 가장 낮았다. 이번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