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을 위한 여당의 공천 시계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은 8일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를 구성하고 사고 당원협의회 35곳 정비에 착수했다. 용산 대통령실 참모진의 도전이 예상되는 지역구에서는 일찌감치 현역 국회의원들과의 신경전도 가열되고 있다.
대표적인 관심 지역구는 김은혜 홍보수석이 떠난 후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보궐선거로 입성한 경기 성남분당갑이다. 안 의원은 이날 MBC에서 “재보궐선거로 들어온 사람이 또 지역구를 바꾸는 것은 주민에 대한 예의나 도리가 아니다”라며 지역구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김 수석의 재도전과 안 의원의 사수를 지켜보는 ‘관전평’도 계속되고 있다. 앞서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안 의원은 지금 세 들어 사는 집을 주인이 내놓으라면 내놓고 본래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안 의원을 ‘세입자’에 빗댔다. 그러자 안 의원은 “그럼 홍 시장은 그 전 (대구) 시장이 이번에 나오겠다고 하면 자리를 내줄 것인가”라고 비꼬았다.
김 수석 거취를 두고는 당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한 경기도 지역 원외 당협위원장은 “김 수석은 이미 경기지사로 출마했던 만큼 경기도 선거 전체를 이끌 상징성이 있는 지역에 나가는 것도 당 전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의 행보는 지난달 24일 국회 운영위원회 대통령실 업무보고에서도 거론됐다. 야당은 강 수석이 총선을 염두에 두고 충남 예산군 지역 행사에 자주 참석하는 등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 수석의 출마지로 거론되는 충남 예산·홍성은 홍문표 의원의 지역구다. 지난 1일 예산군에서 열린 행정안전부 주관 ‘의병의 날’ 기념식에는 강 수석과 홍 의원이 나란히 참석했고, 강 수석은 윤 대통령의 축사를 대독했다.
선거구 재획정 이슈까지 맞물려 뒤숭숭한 부산 정가에서는 이진복 정무수석이 관심사다. 이 수석은 부산 동래에서 18·19·20대 3선 의원을 지냈다. 현역 국회의원은 초선인 김희곤 의원이다. 국민의힘 사무처 당직자인 서지영 총무국장도 도전이 점쳐진다.
대통령실 행정관급인 젊은 도전자들도 적극적으로 몸을 풀며 현역 의원들을 자극하고 있다. 이동석 전 홍보수석실 산하 뉴미디어비서관실 행정관은 충북 충주시에서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3선 현역인 이종배 의원이 있는 곳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손자인 김인규 정무수석실 행정관은 초선 안병길 의원 지역구인 부산 서·동구에 도전한다.
용산 인사들의 도전장을 받는 현역 의원들도 딜레마에 빠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인적 쇄신 구상에 따라 출마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최종 도전 여부와 시점 모두 베일에 싸여 대처가 쉽지 않다. 또 현역 의원들로선 ‘뉴페이스’ 도전자들을 언급하는 게 오히려 인지도만 키워 줄 수 있는 만큼 무시 전략을 택하는 경우도 많다.
추후 용산 출신과 현역 의원들이 경선을 치르게 되면 관건은 경선을 즈음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될 것이란 예상이 많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지지율 고공 행진으로 민주당 당내 경선마다 ‘문재인 청와대 이력’ 명시 여부가 논란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