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경제정책방향 발표
탄핵변수 첫 반영… 한은보다 낮춰
기재부 “추경 편성 검토 하지 않아”
‘트럼프 2기’ 수출 타격 대비… 무역금융 ‘역대 최대’ 360조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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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을 1.8%로 전망했다. 잠재성장률(2024~26년·2.0%)을 밑도는 ‘1%대 저성장’을 공식화한 것이다. 지난해 7월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제시했던 2.2%보다 0.4% 포인트가 떨어졌고 11월 말 한국은행 전망치보다도 0.1% 포인트가 빠질 만큼 짙은 먹구름이 드리운 것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대통령 탄핵소추 등 국내 정치 상황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와 보호무역주의를 내건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성장률 전망치를 둔화시킨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2025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대내외 불확실성이 큰 점을 감안해 경제 여건 전반을 1분기 중 재점검하고, 필요시 추가 경기보강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최 대행의 발언을 두고 추경 가능성을 열어 둔 것이란 해석이 제기됐지만, 기재부는 거듭해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최 대행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8% 수준으로 낮아지고 민생 어려움이 가중되며 대외신인도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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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성장률 전망치는 ‘비상계엄·탄핵사태’ 이후 국내외 주요 기관에서 처음 나온 숫자라는 점에서 관심이 쏠렸다. 한은이 사태 발생 닷새 전에 내놓은 1.9%보다 0.1% 포인트 더 낮아졌다. 우리나라의 실질 GDP는 2243조 2204억원(2023년 기준)이고, 0.1%는 2조 2432억원에 해당한다. 비상계엄이 2조원이 넘는 국부(國富)의 추가 증발을 초래할 것이라는 예측인 셈이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2%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저성장의 터널’에 진입한다는 점이다. 잠재성장률은 국가가 보유한 자본·노동력·자원 등 모든 생산 요소를 가동해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최대로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로, 경제 기초체력에 해당한다. 정치 불안과 대외 불확실성으로 경제 펀더멘털이 훼손됐다는 얘기다. 김범석 기재부 1차관은 “계엄·탄핵에 따른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관리된다는 전제에서 전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장률 전망치가 더 떨어질 여지가 있단 뜻이다.
고용 한파는 지난해보다 더 심각할 것으로 예측됐다. 정부는 올해 취업자 수 증가폭이 지난해 17만명보다 5만명 줄어든 12만명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취업자 수가 둔화하는 배경에 대해 기재부는 “건설업 불황과 제조업 수출 둔화가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증가율은 전년 대비 1.5%로 예측됐다. 증가폭은 지난해 8.2%의 5분의1 수준이다. 지난해 수출액이 역대 최대인 6838억 달러(약 1002조 5000억원)를 기록한 데 따른 기저효과 영향이 크지만 ‘피크아웃’(정점 도달 후 둔화) 현실화로 수출 사정이 크게 악화할 것을 시사한다. 경상수지 흑자는 지난해 900억 달러(131조 9000억원)에서 올해 800억 달러(117조 3000억원)로 줄어들 전망이다. 고관세 정책을 중심으로 한 트럼프발(發) 보호무역주의가 수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힐 거란 의미다.
통상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역대 최대인 360조원 규모의 무역금융을 공급하기로 했다. 수출 중소·중견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긴급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신설해 대출 금리를 최대 1.2% 포인트 낮추고 대출 한도는 최대 10% 확대할 방침이다.
‘대외신인도 관리’ 방안도 주요 과제로 담았다. 정치 불안과 강달러 현상이 맞물리면서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80원을 돌파하고, 코스피도 2400선이 깨지는 등 외환·금융 시장 불안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외국인의 투자심리를 되살리기 위해 재정·세제·금융 등 외국인의 투자 유치를 ‘패키지’로 지원할 방침이다. 지난해 법안 통과가 무산된 밸류업 세제 지원도 다시 추진한다. 배당·자사주 소각 등 주주에 환원한 금액의 5%를 초과하는 증가분에 대한 법인세 세액공제, 배당 증가 금액 저율 분리과세안 등이다.
세종 이영준·이주원 기자
2025-01-0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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