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러가 준비한 한글 설문 확보
우크라 “1만명 11월 1일 배치 완료”
정부, 살상무기 우크라 지원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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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가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군인들이 줄을 서서 러시아 보급품을 받고 있다고 공개한 영상.
우크라군 엑스(X) 캡처
러시아와 군사협력을 맺은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정예군을 파병하자 한국 정부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그간 자제했던 살상무기 지원 카드를 꺼내들 움직임이 감지된다. 실제 지원 결정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이 경우 3년간 이어 온 전쟁 속으로 한반도가 휩쓸리는 형국이라 안보 불안은 더 커질 수 있다. 국가정보원은 20일 북한군 1500명이 8~13일 러시아 해군 수송함을 타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청진항에서 러시아 함정이 북한 병력을 이송하는 모습은 지난 18일 우리나라가 운용하는 인공위성으로 촬영됐다.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은 러시아에서 보급품을 받는 북한군의 영상도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문화부 소속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는 19일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연해주 세르기옙스키 훈련소에서 동양인 군인들이 줄지어 각종 물품을 받는 모습을 올렸다. 28초 분량의 영상에는 북한 억양의 “넘어가지 말거라”, “나오라 야”와 같은 목소리가 들린다.
세르기옙스키 훈련소에서는 군복, 군화 등을 북한군에게 원활하게 지급하기 위해 한글 설문지까지 준비했다. CNN은 “모자 크기(둘레), 체복/군복 치수와 구두 문서를 작성해 주세요”란 안내와 함께 “러시아씩 크기” “조선씩 크기”라고 적힌 한글 설문지가 북한군에게 배포됐다고 전했다. CNN은 또 연해주 세르게예프카 훈련장에 도착한 군인들의 영상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영상에는 러시아어로 “새로운 지원군으로 이것은 시작에 불과합니다…더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장 키릴로 부다노프는 지난 17일 “러시아에 1만 1000명의 북한군이 있으며 11월 1일까지 우크라이나에서 싸울 준비를 마칠 것”이라고 밝혔다.
부다노프는 2600명의 북한군 병력이 지난 8월부터 우크라이나가 침공해 서울 면적의 2배 가까운 땅을 점유한 러시아 쿠르스크주에 처음 배치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군은 러시아 장비와 탄약을 사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1970~80년대 앙골라 등 아프리카 여러 국가에 수백에서 수천 명 규모의 군대를 파견했으나 1만명 이상의 대규모 파병은 사상 처음이다.
한국 정보기관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당국 예상치보다 더 많은 총 1만 2000여명이 파병할 것으로 전망했다. 북한군은 최정예 특수작전부대인 11군단과 소위 폭풍군단 소속 4개 여단 소속으로 현재 러시아 극동지역 블라디보스토크, 우수리스크, 하바롭스크, 블라고베셴스크 등의 군부대에 분산 주둔 중이라고 관측했다. 북한군과 외모가 흡사한 러시아 사하공화국의 야쿠트족과 부랴트공화국의 부랴트족으로 위장한 가짜 현지인 신분증도 발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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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은 북한이 특수부대 병력을 러시아에 이동시킨 증거로 지난 12일 촬영한 러시아 함정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국정원은 “북한군의 동향을 밀착 감시하던 중 북한군의 참전 개시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국가정보원 제공
북한군의 파병 이유로는 경제적 이득과 전투 경험 및 군사 기술 취득 등이 거론된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독일 방송 도이치벨레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군 사병은 한 달에 1840유로(약 270만원)를 받으며 첫 지원 보너스는 최대 2만 달러(2700만원)에 이른다”며 “북한은 돈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러시아의 기술과 지식을 원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정부는 북한군 파병에 그동안 자제해 온 살상무기 지원 방안까지 검토하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비살상용 군수물자만을 지원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8월 이후 현재까지 총 70여 차례에 걸쳐 컨테이너 1만 3000여개 분량의 인명 살상무기를 러시아에 지원했다는 것이 미국과 한국 정보기관의 평가다.
우크라이나는 전장에서 수거한 북한제 무기를 근거로 총 800만발 이상의 122㎜·152㎜ 포탄, 불새4 대전차 미사일, KN23 등 단거리 탄도미사일, RPG 대전차 로켓 등이 지원됐다고 주장했다.
살상무기 지원은 곧 열리는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집중 논의될 전망이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장은 “정부가 북한군 파병을 공식화한 것은 우리가 따르는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미”라면서 “살상무기 지원 여부는 임박한 미국 대선 이후에 입장이 정리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북한군 파병에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무모한 군사협력”이라며 국회 차원의 규탄 결의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은 “북한은 규탄받아야 마땅하다”면서도 “신중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창수 전문기자·강병철·장진복 기자
2024-10-21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