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시사기획 창 취재진은 ‘인플레이션, 세계를 삼키다’ 편을 통해 수십 년 만에 다시 세계를 덮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세계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취재했다.
이를 통해 인플레이션의 원인을 분석하고 전문가들을 통해 인플레이션이 언제까지 갈지 앞으로의 전망과 급변하는 세계경제질서 속에 우리나라가 풀어가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도 함께 짚어봤다.
세계가 인플레이션 공포에 휩싸였다. 40년 만에 미국을 덮친 물가대란으로 대선에서 패배한 트럼프가 다시 미국 정치판의 핵으로 부상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을 정조준해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라고 공세를 강화하며 11월 중간선거를 2024년 대선 승리를 위한 발판으로 만들기 위해 총력을 쏟고 있다. 공화당도 이번 인플레이션을 ‘바이든플레이션’이라고 부르며 총공세에 들어갔다.
미국 일리노이주 옥수수 농장에서 만난 농부와 가업으로 패밀리 레스토랑을 운영해 온 식당 주인, 소비자까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런 가운데 치솟는 기름값에 글로벌 정유회사들은 천문학적인 수익을 얻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까지 나서서 엑슨모빌 등 석유기업들에 “하느님보다 돈을 더 벌어들였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이 불과 다섯 달 만에 기준금리를 2.5%까지 올리면서 세계 경제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일본의 국민간식 ‘우마이보’가 한 개 10엔에서 13엔으로 가격을 올린 것이 인플레이션 시대의 상징이되고 있다. 30년 넘게 인플레이션을 경험하지 못한 일본, 상점들은 값이 저렴한 중소기업 제품들로 가판대를 채우고 무료급식소에는 20, 30대 젊은층들이 줄을 서고 있다. 기시다 일본 총리는 직접 경제단체들을 만나 올해 임금을 최소 3% 이상 인상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물가상승률에 비해 실질임금이 하락하면서 경기침체가 본격화될 것을 우려해서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물가상승률을 24년 만에 최고 수준인 5.2%로 전망했다. 5.2%라고요? 매일 장을 보는 자영업자는 최소 20~30%는 물가가 올랐다고 하소연한다. 얼마 전 집을 마련한 MZ세대 부부는 치솟은 대출금에 월급의 반을 이자 갚는 데 쓰고 있다며 아이를 갖는다는 것은 꿈이 됐다고 어려운 삶을 토로하고 있다. 치솟은 환율, 고물가, 고금리 시대를 맞은 한국은 에너지와 수입 곡물 가격까지 치솟으면서 경제에 경고등이 켜져 있다.
러시아가 2월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세계 에너지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원유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곡창지대를 보유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벌이면서 에너지와 식량의 무기화가 현실이 되고 있다.
유럽은 치솟는 에너지 가격을 견디지 못하고 석탄 발전과 원자력 발전으로 회귀할 조짐을 보이는 등 에너지를 둘러싼 갈등이 극대화되고 있다. UN은 이번 사태가 북아프리카와 중동의 정세 불안을 야기해 3억 명이 넘는 기아와 대규모 이주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하고 있다.
여기에 메가드라우트라고 불리는 초장기 가뭄이 북미와 남미 곡창지대를 강타하고 중국은 ‘제로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봉쇄를 이어가면서 제때 농사를 짓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세계 4대 곡창지대가 연쇄 타격을 받으면서 곡물난이 당분간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계속될까? 연착륙 이론부터 스테크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까지…전문가들의 전망을 들어봤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세계 경제 1위를 노리고 급속하게 성장 중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공급망 재편에 나섰다. 동맹국과 파트너 간에 공급망 관계를 강화하는 프렌드 쇼어링을 내세워며 ‘칩4동맹’ 결성을 추진하고 한미일 등 13개국이 참여하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를 출범시켰다. 중국과 러시아가 세계 공급망에서 배제될 경우 그동안 누려온 저물가 시대는 종언을 맞는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한국경제에 대해 고물가(inflation)와 경기불황(stagnation)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으로 진입할 가능성보다는 물가는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하다가 점차 상승세가 완화되는 반면 경기는 점차 둔화되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경제가 대외위험에 크게 노출되어 있다고 밝히고 미국과 중국 침체로 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단기적인 정책 대응도 필요하겠지만,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살리는 중장기적인 구조개혁도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새로운 경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산업구조개편이 필요하고 디지털 경제에서 살아남기 위한 과감한 R&D 투자를 통해 첨단산업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노력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인플레이션 시대에 상대적으로 더 큰 피해를 입게되는 저소득층을 위한 사회 안전망 구축도 주문했다. 한국의 과제를 짚어봤다.
KBS 1TV <시사기획 창> 385회, ‘인플레이션, 세계를 삼키다’ 편의 방송시간은 8월 30일(화) 밤 10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