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수출이 1년 새 13.6% 줄며 반년 연속 감소 기록을 세웠다. 무역수지는 지난해 3월부터 13개월째 적자의 늪에 빠졌다. 소비자물가가 연초 4%대 후반을 가리키며 소비심리는 냉각됐고 이에 더해 1~2월 누계 국세수입은 1년 전보다 16조원 가까이 덜 걷혔다.
긍정적인 지표가 좀처럼 보이지 않자 올해 한국경제가 ‘상저하고’(상반기 둔화, 하반기 회복) 양상을 보일 것이란 경제당국의 믿음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경착륙 우려마저 고개를 들고 있다.
경착륙 우려를 키우는 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물가 상승이나 수출 둔화와 같은 ‘이미 전망했던 위협’을 벗어나 새로운 위협들이 등장했다는 게 첫 번째다. 이를테면 연초 두 달 동안 국세 수입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조 7000억원 감소하며 역대 최대 세수감소 기록을 세웠는데, 이는 최근 몇 년 동안 정부가 편성한 예산보다 더 많은 국세 수입이 발생했던 점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3월부터 12월까지 지난해와 같은 수준으로 세금이 걷히더라도 연간 세수는 정부가 편성한 올해 세입예산보다 20조원 이상 부족하게 된다. 경기둔화 국면에서 세수 부족은 취약계층에 대한 긴급복지 재원 마련을 어렵게 한다는 점에서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 불안이 실물 경기로 파급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등 연초 예상치 못했던 나라 밖 악재도 있다. 금융에 이어 실물 경기까지 파장이 이어지면 3분기부터 가시화될 것으로 점쳐졌던 반도체 등 정보통신기술(ICT) 업황의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
1분기(1~3월) 동안 불거진 불확실성에 관한 해결을 2분기(4~6월)로 미룬 점도 당국의 ‘상저하고’ 전망을 의심케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당장 지난달 단행될 예정이던 전기·가스요금 인상 결정이 지연되면서 공공요금 인상과 같은 인플레이션 요인이 2분기에 촉발될 가능성이 커졌다. 공기업 부실 위험, 지난해 벌어졌던 한전채 사태 재발 가능성 등 새로운 불확실성 또한 등장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추진했던 노동개혁은 ‘주 69시간 장기근로’ 논란에 휩싸여 공전 중이고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자문위원회가 핵심 쟁점인 보험료율 등을 결정하지 못한 채 끝났다. 경제체질을 개선할 중장기 방안 마련이 1분기 내 완수되지 못한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석 달이 지난 현시점에서 벌써 올해 한국경제를 향한 새로운 경고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난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가미래전략 콘퍼런스’에선 “최근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생산성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2050년 한국경제 성장률이 0%를 기록할 수 있을 것”이란 경고가 나왔다. 또 국내외 기관에 이어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달 31일 발표한 ‘2030 경제전망 서비스’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지난해 10월 전망치인 2.1%에서 1.5%로 0.6% 포인트나 하향 조정했다.
민간에서도 소비심리를 추가로 위축시킬 발표가 기다리고 있다. 7일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올해 1분기 실적 발표가 이어지는 가운데 반도체는 물론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등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주력 산업들이 줄줄이 ‘어닝 쇼크’를 예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이 적자를 내면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5%가량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