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역 환승센터에서 버스사고로 숨진 70대 여성 A씨가 가족과 나눈 마지막 대화다.
남편은 고인이 입고 나갔던 솜바지와 신발을 꼭 쥔 채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고인의 아들은 넋이 나간 채 울기만 했다.
22일 오후 1시 27분, 수원역 2층 환승센터 12번 승강장 인근에서 50대 버스기사가 몰던 30-1번 시내버스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들을 잇따라 들이받았다.
이 버스는 환승센터에 정차해 승객 승·하차 후 다시 출발하면서 사고를 냈다.
사고 버스는 횡단보도에 이어 인도에 있던 시민들을 덮쳤고, 뒤이어 승강장 표지판과 철제로 된 보행신호기를 연속해 충격하고 나서야 멈춰 섰다. 정차 지점인 환승센터 12번 승강장과 사고 현장은 3m가량 떨어져 있다.
이 사고로 A씨가 숨지고, 사고를 낸 버스기사와 승객, 시민 등 17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A씨는 버스에 깔린 상태로 구조됐으나 목숨을 잃었다. 피부질환 치료 차 병원에 가던 길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구조 당시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
한순간에 사랑하는 아내와 어머니를 잃은 유족은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남편은 22일 JTBC와의 인터뷰에서 “아내가 집을 나서면서 ‘추우니까 솜이 든 바지를 입어야겠다’고 했는데 그게 마지막 대화가 됐다”며 말을 더듬었다.
그의 손에는 고인이 입고 나갔던 흙 묻은 바지와 신발이 들려 있었다.
A씨의 유족은 “사고가 날 만한 곳이 아닌데 왜 사고가 난 건지 모르겠다”고 반복해 말하며 답답해했다.
사고 버스 기사 “브레이크 아닌 액셀 밟아”
경찰 “CCTV 영상 보면 급발진 형태 아냐”
사고 현장은 AK 플라자에서 롯데백화점으로 가는 길목인 데다가, 열차를 타고 내리는 곳과 인접해 있어 유동인구가 상당히 많은 곳이다.
사고를 낸 버스 기사는 경찰 조사에서 본인의 과실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한 승객이 ‘거스름돈이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잠시 자리(운전석)에서 일어났다가 다시 앉았는데, 브레이크가 아닌 액셀을 밟은 것 같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는 해당 버스가 전기 차량인 점으로 미뤄 급발진 사고가 아니냐는 의심도 있었다.
그러나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토대로 볼 때 이번 사고가 급발진 사고의 형태를 보이지는 않는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운전자 과실로 일어난 사고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자세한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아울러 CCTV 및 블랙박스 영상을 수거해 면밀히 살펴보고, 디지털운행기록계(DTG) 분석을 토대로 차량 결함이 있었는지에 관해 확인할 계획이다.
경찰은 일단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버스 기사 A씨를 형사 입건했다.
A씨가 12대 중과실 중 ▲ 신호위반 ▲ 횡단보도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 ▲ 보도침범 등 3가지의 과실을 저지른 점을 고려하면, 향후 경찰이 A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경찰 관계자는 “버스 기사와 승객, 목격자 등 진술을 받고, CCTV 등의 영상, DTG 기록 등을 확보해 사고 원인을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권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