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신진서, 농심배 13연승
한국 기사 5명 중 4명 전패 탈락
申, 중국 자오천위 꺾고 홀로 3승
中 3명 남아… 오늘 커제와 대결
50개월 연속 한국 바둑 1위를 달리고 있는 신진서(24) 9단이 19년 만의 ‘상하이대첩’ 재현에 한 발 더 다가섰다. 신진서가 한국의 ‘바둑 삼국지’ 4연패를 달성하기 위해선 중국 최고 수준의 기사 3명을 더 꺾어야 한다.
신진서는 20일 중국 상하이 그랜드센트럴호텔에서 벌어진 25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농심배) 3라운드 본선 11국에서 중국 7위 자오천위 9단을 맞아 224수 만에 백 불계승했다.
지난해 12월 부산에서 펼쳐진 2라운드에서 한국의 최종 주자로 나서 중국 선봉 셰얼하오 9단의 7연승을 끊어냈던 신진서는 상하이로 무대를 옮긴 3라운드에서 전날 일본의 마지막 주자 이야마 유타 9단을 꺾은 데 이어 이날 자오천위까지 무너뜨리면서 3연승과 함께 대회 13연승을 질주했다. 이창호 9단이 가진 농심배 최다 연승 기록(14연승)에 1승 차로 접근했다. 또 자오천위와의 상대 전적도 7승1패로 격차를 더 벌렸다.
농심배는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 5명씩 팀을 이뤄 연승전으로 우승을 다투는 대회로 ‘바둑 삼국지’라는 별명이 붙은 국가대항전이다. 한국은 신진서를 필두로 박정환·변상일·원성진 9단, 설현준 8단이 팀을 이뤘으나 신진서를 제외한 4명의 기사가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전부 탈락했다.
22회 대회부터 한국의 3연패를 이끌었던 신진서는 이번 대회 막판 6연승을 달려야 고국에 우승을 또 안길 수 있다. 2005년 6회 대회 때 이창호가 막판 5연승으로 우승을 이끌었던 ‘상하이대첩’ 이상을 재현해야 하는 셈이다.
이날 대국 승부의 추는 이미 초반에 기울었다. 시작과 함께 팽팽한 기 싸움이 펼쳐졌으나 신진서는 초반 상변에서 펼쳐진 공방전에서 승리하며 단숨에 승기를 잡았다. 기세가 꺾인 자오천위의 실수까지 이어지면서 순식간에 승부가 갈렸다. 이때가 대국 시작 1시간 30분 만인 70수. 하지만 이미 결판이 난 상황에서도 자오천위는 1시간 30분 정도 더 바둑판을 떠나지 않고 신진서를 붙잡아 뒀다. 한국의 마지막 주자 신진서의 체력이라도 갉아먹겠다는 의도였다.
신진서는 21일 ‘숙명의 라이벌’이자 중국의 3번째 주자인 커제 9단과 단판 대결을 벌인다. 상대 전적은 11승11패로 같지만, 최근 신진서가 6연승을 거두며 압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