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총림 범어사 성보박물관이 10월 28일부터 2023년 2월 5일까지 신축기념 기증전 ‘소중한 인연 : 서화전’을 개최한다. 2021년 신축개관한 범어사 성보박물관의 첫 번째 기증전인 이번 전시에서는 지난 5년간 신축개관 준비 중에 기증된 글과 그림을 선보인다. 특히 국보인 삼국유사를 비롯하여 불화와 불교 공예품 등 불교문화재를 중심으로 전시해 왔던 성보박물관에서 근현대 서화가들의 작품까지 함께 선보인다는 점이 새롭다. 이번 전시는 프롤로그 ‘선찰대본산 범어사’를 시작으로 총 3부로 구성했다.
△프롤로그 ‘선찰대본산 범어사 : 마음의 근원을 구하는 수행도량’에서는 방장 지유 스님의 기증 유물들로 범어사 성보박물관의 ‘인연 이야기’를 시작한다. 범어사는 2012년 지유 스님을 초대 방장으로 모시고 ‘선찰대본산 금정총림’으로 자리매김했다. 위창 오세창의 ‘범어사’, 해옹이 초의 선사에게 쓴 편지글 등을 전시한다.
△1부 ‘사경(寫經) : 수행과 정진의 과정을 담아내다’에서는 경전을 옮겨 쓰는 수행인 ‘사경수행’을 통해 묵묵히 걷는 여정의 중요함을 이야기한다. 기현 스님의 ‘화엄경’과 인장, 무착 스님의 벼루, 고산 스님의 ‘금강반야바리밀경 10폭 병풍’ 등을 전시한다. 특히 1968년 범어사에서 출가한 뒤 사경수행에 정진했던 기현 스님의 유작 ‘감지금니 화엄경’은 화엄경 80권 전체를 사경한 완질이다. 권마다 12m에 이르는 장중한 사경 속에는 스님의 기나긴 정진수행 전부가 투영되어 있다고 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게 한다.
△2부 ‘선(禪) : 부처의 가르침을 마음으로 새기고, 세상을 바라보다’에서는 근·현대 서예가들의 작품을 통해 ‘禪’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불교에서의 선은 마음으로 새기고, 스스로 내면을 들여다봄으로써 자신의 불성을 발견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그리고 근·현대 서예가들에게는 ‘선’에 드는 과정 자체가 자신의 감정을 초월하여 예술로 승화는 좋은 주제가 됐다. 그리고 우리는 이들의 작품을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경봉 스님, 성파 하동주, 유당 정현복, 청남 오제봉 등의 작품을 전시한다. 경봉 스님의 ‘화엄’은 특히 화엄산림대법회를 통해 〈화엄경〉의 깨달음을 설파한 스님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범어사 관음전 편액을 쓴 성파 하동주와 제자 청남 오제봉의 작품도 함께 전시한다.
△3부 ‘호국(護國) : 부처의 공덕이 넓은 세상으로 퍼지다’에서는 역사 속 어느 날은 태극기를 들었고, 나라의 흥망성쇠를 함께한 수행자이자 문장가, 독립운동가이자 한 나라의 국민이었던 작가, 그들을 이야기한다. 위창 오세창, 만해 한용운, 용성 스님 등의 글씨를 선보인다. 불교의 현대화와 대중화에 헌신했던 용성 스님이 동산 스님에게 내린 전계증도 선보인다.
동산 스님의 고모부이자 〈근역서화징(槿域書畫徵)〉을 집성했던 오세창, 범어사를 중심으로 임제종 운동을 전개한 만해 한용운은 3.1운동 당시 민족 대표 33인이었다. 그들의 필력과 부처님 가르침을 통한 진정한 호국의 의미를 조명한다.
2003년 개관한 범어사 성보박물관은 문화재를 더욱 효과적으로 보존하고 관리하기 위한 공간으로 신축 이전하여 2021년 11월에 현재의 위치(금정구 범어사로 296)에 개관했다. 1층 상설전시실과 2층 기획전시실이 있으며, 2층에는 기증전시실을 마련했다. 별도로 마련된 기증전시실은 기증유물의 보존·관리뿐만 아니라 기증자들이 전한 소중한 마음을 전달하는 공간으로써의 역할을 한다. 박물관은 이번 첫 번째 기증전을 계기로 향후 박물관은 2003년 범어사 성보박물관이 개관한 이래 기증받았던 다양한 주제의 작품들을 선보이는 기증특별전을 연차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범어사와 작가의 인연, 작품과 기증자의 인연, 기증자와 범어사와의 인연, 그리고 이제 전시를 관람하는 관객들과의 인연으로 이어지는 그 모든 소중한 인연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범어사 성보박물관은 “기증이란 작품이 품고 있는 역사와 예술성에 기증자의 삶의 여정이 더해져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뜻깊은 일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범어사 성보박물관과의 소중한 인연들로 선보이는 기증 작품들을 함께 공유하는 뜻깊은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 앞으로도 범어사 성보박물관은 기증자 한 분 한 분의 소중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 과거를 잊지 않고, 현재로 인연을 이어가는 공간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