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NS를 통해 정치발언을 이어오고 있는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자당 이재명 의원이 8월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말아야 한다고 취지의 발언을 했다. 박 전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이 의원의 불출마를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두고 황희두 노무현 재단 이사는 “본인 발언이 어떤 식으로 소비될지 뻔히 알면서도 그동안 눈과 귀를 닫은 채 ‘일방적 소통’을 해온 게 누구였는지도 묻고 싶다”고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웠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지현 전 위원장은 전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청년 출마자 연대 ‘그린벨트’ 행사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재명 의원이 이번 (당 대표) 선거에 나가면 또 민생이 실종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면서 “불출마하셔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전 위원장은 “저쪽(정부·여권)에서는 보복, 우리(민주당)은 방어하기 바쁠 것 같은 그림이 그려진다”며 “이 의원이 당 대표에 나가는 거에 대해 우리 당 의원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같은 우려점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강병원·박용진 의원 등 최근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당내 ’97세대’에 대해선 “이 의원의 지지도가 높은 상황에서 출마한 것에 대해 굉장히 용기 있다고 생각하고 존경하고 있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박 전 위원장은 자신의 당 대표 출마에 대해선 주위 청년들에게 출마 권유를 받고 있다면서도 “컷오프 통과할 수 있을지 등 고민 지점이 많다 보니 고민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과 경선에서 의미 있는 대결을 할 수 있을지가 고민이라 계속해서 여러 이야기를 들으며 숙고를 하고 있고, 이에 대해 일주일 안에 결단을 내리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이날 박 전 위원장은 “‘책임’을 인정할 줄 알아야 혁신이 가능합니다”라는 제하의 입장문을 내고 “어제 저는 반복되는 일가족의 참혹한 비극을 막기 위해 정치인들이 자성하고, 민생을 위해 협치를 해야 한다고 했다. 5년 간 나라를 맡았던 민주당 책임도 크다고 했다. 그랬더니 ‘판사냐, 내부총질하냐’는 비난이 쏟아졌다”면서 “5년 간 국가를 운영했던 민주당이 조양 가족 죽음에 큰 책임을 느끼고 있고, 앞으로 복지국가를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다짐하는 성명이 나올만한데, 그러지 않았다. 모든 정치인은 민생을 말한다. 하지만 진정한 민생 개혁은 책임을 인정하면서 시작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장경태 의원께서 검찰개혁 법안 강행 처리 과정에서 꼼수탈당을 했던 무소속 민형배 의원의 복당을 촉구했다. 국민의 시선은 개의치 않는 것 같다”며 “편법을 관행으로 만들어 선거 패배의 원인을 제공했던 일에 대한 책임과 반성도 찾아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국민을 보고 정치를 하는 건지, 팬덤의 비위를 맞추려고 정치를 하는 건지 알 수 없다. 내로남불과 온정주의와 팬덤정치 때문에 세 번이나 선거에 지고 말았다”면서 “민형배 의원의 복당은 안 된다. 그것이 책임을 지는 정치”라고 했다. 이어 “‘박지현 뒤에 이광재가 있다’는 말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냥 웃고 넘기려 했지만 많이 퍼진 것 같아 말씀드린다”며 “불순한 의도로 만든 소설일 뿐이다. 반성하고 쇄신하자는 저의 주장을 계파싸움으로 몰아가려는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일각에서 제기된 소문을 일축했다.
박 전 위원장은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박지현 뒤에는 아무도 없다. 함께하는 청년과 좀 바꿔보라는 민심만 있을 뿐”이라며 “사실이 아니라 소설을 가지고 돈을 버는 유튜버들이 그렇게 많은 줄 몰랐다. 이들이 어떻게 우리 정치를 병들게 하는지도 똑똑히 알게 되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제 뒤에 누가 있다는 말은 민주당의 청년정치에 대한 모독이다. 나이가 어리면 배후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꼰대식 사고”라면서 “지금 민주당에서 새로운 청년정치를 준비하는 청년들은 스스로 독자적인 세력을 만들고 청년 문제는 우리 스스로 해결하자고 결심한 분들”이라고 했다.
끝으로 박 전 위원장은 “잘못했으면 사과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혁신을 할 수 있다. 비판과 토론을 사라지게 만드는 팬덤에 빠지면 책임정치가 불가능하다”며 “반성과 쇄신을 말하는 사람에게 누군가 배후가 있다고 뒤집어씌우는 수준이라면 혁신을 이룰 수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전 위원장의 정치현안 발언에 황희두 노무현 재단 이사는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황 이사는 “‘옳은 말 하는 나’에 심취한 사람의 가벼운 언행들로 인해, 지난 5년 간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한순간에 폄훼되는 거 같아 답답할 따름”이라며 “본인 발언이 어떤 식으로 소비될지 뻔히 알면서도 그동안 눈과 귀를 닫은 채 ‘일방적 소통’을 해온 게 누구였는지도 묻고 싶다”고 직격했다.
또 황 이사는 “이런 게 청년 정치란 말인가. 오히려 이러한 행보들이 다른 청년들의 앞길을 막는다는 걸 정말 모르는 걸까”라며 “무엇보다 그의 ‘팬덤 비위’ 발언은 더욱 납득하기가 어렵다. 다른 걸 다 떠나 여태까지 본인 팬덤의 만행에 대해선 어떠한 태도를 보여왔는지, 그동안 누구와 제대로 공개 토론이라도 했는지 되묻고 싶다. 아무리 봐도 이런 게 청년정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박 전 위원장을 공개 저격했다.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도 박 전 위원장에게 쓴소리를 쏟아냈다. 박민영 대변인은 “박지현씨의 가장 큰 문제는 또래 동료 시민을 ‘한남’ 취급하는 갈등적 페미니즘 외 어떤 콘텐츠도 없다는 것이다. 박지현씨 뒤에 누가 있느냐가 아니라요”라며 “그런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굳이 굳이 전당대회에 출마하고 싶으시다면, 지금이라도 SNS 끊고 공부하세요. 설익다 못해 씨도 안 난 주장 무더기로 쏟아내며 온 국민 피곤하게 만들지 마시고요. 그런 최소한의 노력조차 선행되지 않는다면, 박지현씨에 대한 평가는 지금과 한 치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명심하세요”라고 말했다.
권준영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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