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스테이트 킬러’는 미국판 화성연쇄살인사건으로 통한다. 1973년부터 1986년까지 발생한 수십 건의 살인·강도·강간이 한 인물에 의해 발생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가 10년 넘게 수사했지만, 범인은 늘 한발짝 앞서 수사망을 빠져나갔다. 2018년 4월, 마침내 한 학자의 끈질긴 수사 끝에 범인이 붙잡혔다. 마지막 사건이 일어난 지 32년만이었다. 망자의 한을 풀게 한 장본인이 바로 바바라 래 벤터 박사다.
유전계보학의 대가로 통하는 그가 19일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2022 국제 CSI 콘퍼런스’ 참석차 방한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그는 골든 스테이트 킬러 사건을 포함해 미제 사건 50건을 해결한 인물”이라면서 “이번 행사의 기조강연을 통해서 수사 관련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바바라 박사는 수사 당국이 놓친 허점을 빠지지 않고 정보로 활용했다. 범죄 현장에서 발굴 된 DNA를 친족 관계를 확인하는 온라인 사이트에 올렸다. 가계분석을 통해서 범인의 친족관계부터 확인하겠다는 기지를 발휘한 셈이다. 범인의 친족 관계를 좁혀나간 바바라 박사는 최종적으로 범인을 찾아낼 수 있었다.
그는 과학수사의 핵심인 유전계보학의 대가로도 통한다. 2016년 7월에는 신생아 때 납치돼 출신을 확인할 수 없는 여성의 신원을 확인해 명성을 떨쳤다. 유전계보학은 일반적인 유전법칙에 따라 사람들 사이에 얼마나 많은 DNA를 공유하고 있는지 분석하는 기법이다. 이를 범죄수사에 활용한 최초의 인물이 바바라 박사다. 그는 이를 통해 2019년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도 올랐다. 미국에서는 특정 질환에 취약한 유전자를 확인하기 위해 이 학문을 활용하지만, 특히 범죄 수사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 시민 1400만명이 유전자 정보를 등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콘퍼런스에서 바바라 박사는 모근이 없는 머리카락에서 DNA를 채취해서 사용하는 기술 등을 소개할 예정이다.
[강영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