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만의 물난리로 수도권에 교통 대혼란이 빚어지고 있는 와중에도 TBS(교통방송)는 정치 방송을 내보냈다니 황당하고 답답한 일이다. 물폭탄이 8일 저녁 서울 곳곳을 덮친 후 며칠 동안 수도권 출근길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10일 아침까지도 서울 출근길은 극심한 혼잡 상태였지만 교통정보를 제공해야 할 공영방송 TBS는 이날 오전 7~9시 ‘김어준의 뉴스공장’ 방송을 그대로 내보냈다.
10일 출근시간대에 서울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 반포대로 등 주요 도로는 한강 수위 상승과 침수로 구간별로 통제되면서 차량이 뒤엉켜 큰 혼란이 벌어졌다. 반포·잠원·대치동 등지에선 수해로 침수된 차량들이 도로에 방치돼 교통 정체를 가중시키기도 했다. 그 어느 때보다 신속한 교통정보가 필요한 이때 TBS는 한가하게 정치·시사 방송을 내보내고 있었으니 어이없는 노릇 아닌가.
TBS는 전날인 9일에는 정규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재난 특집방송을 내보냈지만 기록적인 물난리에도 불구하고 하루 만에 정규방송으로 복귀했다. 교통대란이 뻔히 예상되는데도 교통정보 제공이라는 정체성을 스스로 부정한 것이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게다가 이날 방송에는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이 대거 출연해 현 정부의 재난 대응을 맹목적으로 비판하기에 바빴다.
TBS는 서울시로부터 출연금을 받는 공영방송이다. 올해도 320억원을 지원받았다. 시민들의 세금으로 운영하면서도 공공 책무는 등한시하고 있으니 비판이 터져나오는 것이다. TBS는 박원순 전 시장 재임 때부터 정치 방송을 대거 편성하면서 끊임없이 왜곡, 정치편향 논란을 야기해왔다. 그 논란의 핵심인 김어준은 방송할 때마다 200만원씩 출연료를 챙겨간다고 한다.
교통대란에 제 역할을 못하고 특정 정파의 선전 도구로 변질된 TBS는 서울시로부터 지원받을 명분도, 자격도 없다. 최근 서울시의회의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TBS에 대한 재정 지원을 끊는 조례안을 발의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TBS의 기능 전환을 고민 중이라는데 적어도 국민 세금을 사용하려면 공공 책무에 부합하는 방송을 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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