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난 건물에서 총 67명 근무 중
리튬배터리 3만 5000여개 보관
“배터리 포장 작업 중 폭발” 증언
尹 “가용 인력·장비 총동원하라”
경기 화성시에 있는 일차전지 제조 공장에서 불이 나 20여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화재가 발생한 건물에서 상당수 직원이 대피하지 못하면서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2022년 이태원 참사와 지난해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 이어 올해도 안전불감증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대형 참사가 빚어졌다. 역대 최악의 화학공장 사고로도 기록될 전망이다.
24일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31분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전곡산업단지에 있는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3동 2층에서 불이 났다. 이곳에서는 리튬배터리 완제품 3만 5000여개를 보관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당시 3동에서 일하던 근무자는 총 67명이다. 1층에 15명, 2층에 52명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소방당국은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 규모는 사망 1명, 중상 2명, 경상 4명, 실종자 21명이라고 밝혔다. 실종자는 외국 국적자가 대다수다. 소방당국은 오후 3시 10분쯤 초진을 완료한 뒤 내부 수색을 진행했다. 오후 5시 기준으로 16구의 사망자 시신을 수습했고, 나머지 6명에 대해 밤늦게까지 수색 작업을 벌였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리튬배터리 완제품을 수거 및 검수하고 포장하는 작업 중 배터리에서 폭발이 발생했다는 목격자 증언을 토대로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희생자들이 지상으로 통하는 계단이 있었는데 탈출을 못한 것 같다. 화재 당시 소방시설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과거 최악의 화학공장 사고는 1989년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 내 럭키화학 폭발 사고로, 16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했다. 이번 화재 사망자가 20명을 넘길 가능성이 커 럭키화학 사고보다 더 참혹한 사고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본부에 중앙산업재해수습본부, 경기지청에 지역산업재해수습본부를 각각 구성했다. 이들 본부는 즉시 현장에 감독관을 파견하고 화재 진압을 지원하면서 구체적인 사고 현황과 규모, 원인 등을 파악 중이다. 상황이 어느 정도 확인되면 산업안전보건법·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여부 등을 살필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화재 사고를 보고받고 행정안전부 장관과 소방청장에게 “가용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인명 수색 및 구조에 총력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급격히 연소가 확대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소방대원의 안전에도 철저를 기하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