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산 부적합 22%…“미세모 비율 때문”
어린이용 부적합 75% “품질 보완해야”
국내 연구진이 국산 칫솔모 끝부분(강모)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봤더니, 조사 대상 제품의 절반이 잇몸 건강에 부적합한 모양인 것으로 밝혀졌다. 정상적인 칫솔모를 사용하면 잇몸 손상 위험을 30% 가량 줄일 수 있지만, 눈으로 보이지 않는 부위여서 소비자 입장에선 확인할 방법이 없다. 심지어 칫솔 강모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데다,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정부의 관심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5일 전남대 치의학전문대학원 예방치의학교실·치의학연구소 공동연구팀이 작성한 ‘국내에서 시판되는 칫솔 강모에 대한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산 칫솔 41개의 강모를 위상차 현미경으로 조사한 결과 21개(51.2%)만 적합한 모양인 것으로 분석됐다. 위상차 현미경은 투명한 물체를 관찰하는데 쓰는 현미경이다.
일반적인 칫솔 강모는 끝부분이 모자처럼 둥근 것이 정상적인 형태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죽창’을 깎아놓은 것처럼 사선으로 뾰족한 모양이거나, 평평한 형태는 부적합한 모양이라고 정의했다. ‘미세모’는 끝 부분이 점점 뾰족해지는 자연스러운 형태를 띄고 있어야 하는데, 너무 가늘어 힘없이 늘어지거나 마감이 제대로 안 돼 평평하고 뭉툭한 것은 부적합한 형태라고 분류했다. 조사 대상 국산 칫솔의 절반에 가까운 20개는 이런 부적합한 형태로 조사됐다.
수입산 칫솔은 27개 중에서 강모가 부적합한 칫솔이 6개(22.2%)뿐이었다. 이는 미세모가 대세인 국산 칫솔과 일반모 중심인 수입산 칫솔의 비율 차이 때문일 것으로 추정됐다. 국산 칫솔은 조사 대상 41개 중 미세모가 24개(58.5%), 일반모가 12개(29.4%), 혼합형이 5개(12.2%)였다. 반면 수입산은 일반모가 17개(63.0%), 미세모 9개(33.3%), 혼합형 1개(3.7%)였다. 연구팀은 “일반모 생산 과정이 미세모보다 일정하고 불량 확률이 낮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더 큰 문제는 ‘어린이용 칫솔’이었다. 어린이용 칫솔은 조사 대상 제품 8개가 모두 국산이었는데, 2개(25%)만 적합 판정을 받았다. 연구팀은 “어린이용 칫솔은 8개가 모두 국산이었다는 점에서, 국내 제조사의 강모 제조 관리가 엄밀히 되지 않는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해외 연구에서 끝이 둥그런 강모를 사용했을 때 잇몸이 위쪽으로 밀려 올라가는 ‘치은퇴축’ 위험이 30%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미세모도 치주질환 위험을 낮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칫솔 강모에 대한 연구가 부족해 임상적 효율성을 관찰하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또 “부적합 상태의 칫솔 강모 비율이 일정 부분을 차지해 간과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다”며 “국내 및 해외 제작사 모두에서 강모를 일정하게 제작할 수 있도록 생산과정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현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