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이후 24년 만에 대표 연임
민생·대여 투쟁 ‘투트랙’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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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팔 번쩍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24년 만에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임을 확정한 이재명 대표가 1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KSPO돔에서 제1차 정기전국당원대회 정견 발표를 하며 두 팔을 치켜올리고 있다.
오장환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로 연임에 성공했다. 민주당 계열 제1야당 대표가 연임한 것은 새정치국민회의·새천년민주당 총재를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DJ) 이후 24년 만이다. 최고위원 경선도 모두 ‘이재명과 함께’를 전면에 걸고 뛴 ‘친명’(친이재명) 일색이라 사실상 다음 대선을 염두에 둔 이재명 2기 체제의 시작으로 평가된다. ‘일극체제’가 강화된 이재명 2기 체제는 윤석열 정부와 더 강하게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먹사니즘’(먹고사는 것이 최우선)을 내세운 민생 정당이자 수권 정당으로서의 유능함을 선보여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이 대표는 1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체조경기장)에서 진행된 정기전국당원대회(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서 김두관 후보와 김지수 후보를 멀찍이 따돌리고 압승했다. 민주당은 이날 KSPO돔에 당원 1만 5000여명이 참석했고, 행사장 밖에는 1만명의 지지자가 자리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 대표는 이날 정견 발표에서 “이재명이 민주당을 대한민국의 확실한 수권 정당으로, 유능한 민생정당으로, 듬직한 국민정당으로 만들어 내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경선 투표는 대의원 14%, 권리당원 56%, 국민 여론조사(민주당 지지자와 무당층 대상) 30%를 합산해 결정하는데, 이 대표는 지난 17일 마무리된 17차례의 지역 순회경선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에서 89.90%의 누적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재명 일극 체제 반대’를 내세우며 당권에 도전한 김두관 후보는 누적 득표율 8.69%를 기록했고 김지수 후보는 1.41%를 얻었다.
이재명 2기 체제는 2026년 지방선거 승리와 이 후보의 대권가도를 위해 정책적으로는 민생에 방점을 두는 동시에 정무적으로는 정부·여당을 지속적으로 압박하는 ‘투트랙’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22대 국회가 출범한 뒤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는 점은 이 대표에게 부담이다. 이 대표는 경제·민생을 강조하며 전 국민 25만~3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등을 내세웠으나, 실적으로 이어가지 못했다. 행정권을 쥐지 못한 야당의 한계이기도 하나 대화와 타협보다는 일방통행식 국회 운영도 큰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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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임을 확정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KSPO돔에서 열린 제1차 정기전국당원대회에서 당대표·최고위원 후보들과 손을 잡고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병주·강선우·정봉주·민형배 최고위원 후보, 김지수·김두관 당대표 후보, 이 대표, 김민석·이언주·한준호·전현희 최고위원 후보.
오장환 기자
이재명 2기 체제 역시 대여·대정부 투쟁에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된다. 경선 내내 최고위원 후보들은 대여 투쟁 선명성 경쟁을 벌였고 채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 등 각종 특검과 국정조사는 여야 대결 정국을 악화시키는 도화선이다. 민주당은 이날 전당대회에서 ‘윤석열 정권 국정농단 진상규명 결의안’을 채택하며 “채상병 수사 외압 및 김건희 여사 국정농단 의혹 등 모든 진상규명을 반드시 완수한다”고 결의했다. 이 대표와 윤 대통령의 회담이나 상시적 민생 논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가동이 당분간 요원해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오는 10월 재보궐선거 승리와 당내 통합도 당면 과제다. 10월 16일로 예정된 전남 영광·곡성군수 재선거를 놓고 호남에서 교두보를 확보하려는 조국혁신당과 경쟁하게 됐다. 특히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복권으로 수면 위로 떠오른 당내 ‘비명’(비이재명)계와의 화합도 숙제로 꼽힌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이날 전당대회 영상 축사에서 “당내 경쟁에서 어느 편에 섰는지는 우리 대업 앞에서 중요하지 않다”며 “확장을 가로막는 편협하고 배타적인 행태를 배격하자”고 강조했다. 친명계 새 지도부가 비명계를 포용하고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 달라는 당부로 읽힌다. 당의 살림을 책임지는 사무총장에 누구를 앉힐지도 관심사다. 한 비명계 인사는 “사무총장직에 누가 봐도 비명계인 사람을 놓는다고 생각하면 통합 의지를 알 수 있지 않겠나”라고 했다.
더욱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연결된 주요 재판 1심 결과가 나오는 10월 전후는 정국의 큰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10월 초에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선고가, 같은 달 말에는 위증교사 사건 선고가 잇따라 나온다. 선고 내용에 따라 이재명 일극체제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유죄가 나오더라도 최종심이 아니어서 공고해진 이재명 체제가 큰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난해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 재현되며 정국이 급랭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하종훈·황인주·김주환 기자
2024-08-19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