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트시네마 ‘포에버 장 뤽 고다르’ 회고전
제도권 돌아온 뒤에도 이어진 다양한 실험 조명
‘열정’, ‘마리아에게 경배를’, ‘영화사’ 등 열두 편
장 뤽 고다르는 1950년대부터 70년간 영화와 관련 담론에 중요한 문제를 제기했다. 새로운 사유의 모델을 상상하며 생각의 지평을 확대했다. 영화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궤적은 국내에서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네 멋대로 해라(1959)’ 등 초기 누벨바그 시절 작품만 소개될 뿐이었다.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는 오는 30일부터 다음 달 17일까지 ‘포에버 장 뤽 고다르’ 회고전을 한다. 지난달 13일 별세한 고다르를 추모하며 그가 연출했거나 출연했던 작품 열두 편을 선보인다. ‘비브르 사 비(1962)’를 비롯해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1979)’, ‘열정(1980)’, ‘마리아에게 경배를(1985)’, ‘리어왕(1987)’, ‘오른쪽에 주의하라(1987)’, ‘누벨 바그(1990)’, ‘오! 슬프도다(1993)’, ‘JLG/JLG: 고다르의 자화상(1995)’, ‘포에버 모차르트(1996)’, ‘씨 유 프라이데이, 로빈슨(2022)’, ‘영화사(1998)’ 등이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는 고다르가 정치적 비디오 작업을 마치고 극 영화로 복귀해 처음 만든 작품이다. 세 인물의 일상을 통해 사랑과 성, 삶, 영화 등의 본질을 묻는다. ‘마리아에게 경배를’은 동정녀 마리아 이야기의 재해석이다. 남성과 여성, 성과 속의 문제 등을 탐구한다.
‘리어왕’은 셰익스피어의 동명 작품을 스위스 니옹을 무대로 재해석한다. 영화사에 관한 풍부한 인용과 브레히트식 탐구가 돋보인다. ‘오른쪽에 주의하라’는 세 에피소드를 번갈아 펼치며 대중문화와 현대 사회에 관한 짧은 논평을 들려준다. 고다르의 후기 작품 가운데 가장 유머러스하다고 평가된다.
‘오! 슬프도다’는 시몽 부부와 스위스 시골 마을 주민들을 통해 신과 아름다움, 이미지와 정체성에 관한 사유를 풀어놓는다. ‘JLG/JLG: 고다르의 자화상’은 제목 그대로 고다르의 자화상이다. 영화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역사와 영화에 대한 견해를 이야기한다.
‘포에버 모차르트’는 지신의 예술을 고민하는 이들을 내세워 유럽 사회에 대한 근심과 성찰을 늘어놓는다. ‘씨 유 프라이데이, 로빈슨’은 이란의 에브라힘 골레스탄 감독이 연출한 다큐멘터리다. 매주 금요일마다 고다르와 나눈 대화를 말과 이미지로 풀어낸다.
상영작 대다수는 1980년대에 제작됐다. 당시 고다르는 제도권으로 돌아왔으나 철학과 예술, 역사와 정치 등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의 실험을 이어갔다. 끊임없는 고찰의 결과는 ‘영화사’에서 엿볼 수 있다. 영화의 역사를 돌아보며 20세기 현대 사회를 성찰한 작품이다. 필름을 자르고 붙이는 몽타주 작업을 통해 세계를 지각하는 우리의 사고 모델 자체를 검토하게끔 유도한다.
서울아트시네마는 “고다르는 영화를 제작하고 생각하고 수용하는 방식에 근본적 혁명을 가져왔고, 이는 영화평론가 세르주 다네의 표현을 빌자면 ‘이미지의 교육학’과 관련이 깊다”며 “이미지의 세계를 자유롭게 탐구할 기회를 마련한 관대하고 자유로운 작가의 작품 세계를 다양한 시선으로 조명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종길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