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3.50% 9연속 동결
이창용 “상반기에 내리기 어렵다”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 1.6% 전망
금통위원 1명 ‘3개월 내 인하’ 의견
이미지 확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현 수준(3.50%)에서 동결하기로 했다. 이 총재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둘러싼 이른바 ‘4월 위기설’에 대해 “총선 이후 부동산 PF가 터진다는 것은 큰 오해”라면서 PF 리스크를 고려해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상반기 내 금리 인하는 어렵다”고 못박았다. 하지만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이 1% 중반에 그칠 것으로 관측되는 등 극심한 내수 부진 속에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내부에서 4개월 만에 ‘금리 인하’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한은 금통위는 22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금통위원 6명 만장일치로 현 3.50%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지난해 1월 기준금리를 마지막으로 인상한 뒤 아홉 차례 연속 동결이다.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2.8%로 반년 만에 2%대로 내려앉았지만 여전히 목표 수준(2%)보다 높고, 물가 둔화 추세가 이어지겠지만 농산물 가격 등이 출렁이며 울퉁불퉁하게 내려오고 있다는 게 금리 동결의 배경이다. 지난달 회의 직후 “최소 6개월간 금리 인하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힌 이 총재는 이날 “상반기 내 금리를 인하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종전 입장을 유지했다.
상반기 이후의 통화정책은 5월 경제전망에서의 물가상승률과 민간소비 증가율 등을 보고 판단할 것이라는 게 이 총재의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잘못된 금리정책으로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지 않으려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향후 금리 전망을 놓고 소수의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가 고개를 들었다. 이 총재에 따르면 금통위원 중 1명은 “소비가 당초 전망보다 부진해 물가 압력이 약화될 수 있으며, 내수 부진에 사전 대비해야 한다”면서 향후 3개월 내에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 둬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금통위원 사이에서 ‘향후 금리 인하’ 의견이 나온 것은 지난해 10월 한 위원이 “금리 인상과 인하 가능성을 모두 열어 둬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은 이후 처음이다.
금통위 내에서 하반기가 아닌 2분기에 금리 인하를 고려해야 한다는 ‘조기 금리 인하’ 기류가 포착되자 이날 국고채 금리는 3년물이 전 거래일 대비 0.06% 포인트, 10년물은 0.05% 포인트 하락했다.
이날 한은은 ‘2월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1월 제시한 2.1%로 유지했지만 민간소비 증가율은 1.6%로 11월 전망치(1.9 %) 대비 0.3% 포인트 낮췄다. 이는 지난해 민간소비 증가율(1.8%)을 밑도는 것이다. 대신 수출 개선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 재화 수출 증가율이 11월 전망치(3.2%) 대비 1.3% 포인트 오른 4.5%를 기록하며 내수 위축을 상쇄할 것으로 한은은 내다봤다.
김소라 기자
2024-02-23 2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