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령대별 얼마나 더 내나
보험료율 13% 도달까지 차등 적용
그간 덜 낸 50대 4년간 1%P씩 인상
20대, 16년간 0.25%P씩 천천히 올려
세대간 형평성 고려한 정책이지만
저소득 중장년층엔 경감 대책 필요
전례 없는 방안에 국회서 진통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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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월소득 300만원을 버는 직장인 A씨(1975년생)는 내년에 50세가 되면 월 보험료가 27만원에서 매년 3만원씩 올라 2028년에는 월 39만원을 보험료로 내야 한다. 연간 36만원의 부담이 더해지는 셈이다. 다만 직장인 가입자라면 사업주가 절반을 부담해 개인의 실부담액은 줄어든다. 월소득 200만원의 직장인 B씨(1995년생)는 30세가 되는 내년부터 월 보험료가 18만 6600원으로 전년보다 6600원 오른다. 회사가 절반을 부담하면 실부담액은 3300원이 된다.
당장은 나이 든 세대의 인상폭이 커 억울할 수 있지만 노후소득 보장 측면에선 이점이 있다. A씨가 은퇴 직전까지 월 300만원의 소득을 받았다면, 소득대체율 50.6%를 적용받아 약 150만원의 연금액을 받는다. 반면 월소득이 일정하다는 가정하에 B씨는 소득대체율 42.6%를 적용받아 약 85만 2000원을 연금액으로 수령한다.
정부는 4일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폭을 세대별로 차등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세대별 차등화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고, 그간 공론화위원회나 연금특위 논의에서 의제로 채택되지 않았던 부분이어서 진통이 예상된다. 이스란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세대가 부담을 조금 더 공정히 나눠 갖기 위해 (차등 인상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정부안에 따르면 보험료율은 현재 9%에서 13%로 오른다. 내년에 50대인 가입자는 해마다 1% 포인트, 40대는 0.5% 포인트, 30대는 0.33% 포인트, 20대는 0.25% 포인트씩 인상된다. 정부안이 올해 안에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50대는 2028년, 40대는 2032년, 30대는 2036년, 20대는 2040년에 보험료율 13%에 도달하고, 이후 계속 13%를 내야 한다.
가입 도중에 세대가 변하더라도 인상 속도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예컨대 제도 도입 시점에 20대였던 가입자가 30세가 되더라도 기존 20대의 스케줄(매년 0.25% 포인트 인상)을 적용받는다. 아직 가입하지 않은 경우에도 가입 당시 연령대의 보험료율 인상 스케줄을 따른다. 현재 2010년생이 2030년(21세)에 가입하면 2030년의 20대 보험료율인 10.5%가 적용된다.
형평성을 위해 도입한다지만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란 지적도 있다. 청년층이라고 전부 소득이 적거나 중장년이라고 모두 여유로운 건 아니기 때문이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우리나라 국민연금 현실에서 나온 방안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두루누리 사회보험 등 저소득 중장년층의 부담을 경감시키는 방안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보험료율 인상 속도 차등은 처음 시도하는 것인 만큼 국회에서 충분히 의견 수렴을 거쳐 논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한지은 기자
2024-09-05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