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공천 파동 차단에 총력
“현역의원 하위 20% 이상 컷오프”
혁신위안보다 엄격한 기준 적용
청년은 연령대별 가산점 부여도
野 비명 중심 시스템 공천 불신
하위 10% 감산 기준 강화 추진에
“친명 유리하게 바꾸나” 신경전
내년 총선이 5개월 정도 남은 가운데 여야가 공천 파동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공천 원칙을 정비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과거 공천 파행으로 인한 균열로 총선에서 패배한 사례가 적지 않은 데다 거대 양당 모두 공천을 앞두고 관련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이른바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뜻)에 기댄 ‘낙하산 출몰’ 우려가 나오고, 용퇴론이 거센 현역 중진들의 버티기에 ‘혁신’이 멀어질 수 있다는 걱정도 적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비명(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지도부의 ‘시스템 공천’에 대한 불신론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총선기획단은 22일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제안한 ‘현역 의원 20% 공천 배제 원칙’을 넘어서는 엄격한 ‘컷오프’(공천 배제) 방안을 의결했다. 경쟁력 평가, 당무감사의 도덕성 평가 등 정량 평가를 최대화해 특정 인사의 공천을 위해 기준을 꿰맞추는 식의 공천 심사를 불가능하게 했다는 설명이다.
또 청년 공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획일적으로 가산점을 부여하는 대신 나이별로 가산점에 차별을 두기로 했다.
배준영 전략기획부총장은 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정성 평가 부분을 최소화했기 때문에 요행을 바라거나 낙하산으로 와서 자리를 차지한다든가 하는 건 힘들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구체적인 범위나 세부 방안은 다음달 발족할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의 최종 결정 후 밝힐 계획이다.
총선 때마다 공천 파동으로 탈당과 무소속 출마자가 대거 속출했던 국민의힘은 공정한 기준 마련으로 ‘흰 점퍼’(무소속 출마)를 막고 단결해 총선을 치르겠다는 각오다.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은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소위 ‘진박’(진짜 친박근혜) 논란을 수습하지 못해 당시 김무성 당대표가 직인을 들고 잠적한 이른바 ‘옥쇄 파동’을 겪으며 총선에 패배했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도 4호 혁신안으로 대통령실 출신 인사와 당 인재영입위원회가 영입한 외부 인사 등에 대해 예외 없이 상향식 공천을 실시하자는 제안을 던진 바 있다. 혁신위가 앞서 제안한 중진·친윤(친윤석열)계 의원 용퇴론이 대통령실의 낙하산 인사들을 우대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에 따른 조치였다.
민주당 총선기획단도 전날 이번 총선 경선에서 현역 의원 평가를 통해 하위 10% 이하 대상자 감산 비율을 기존 20%에서 30%로 확대하고, 하위 10% 이상 20% 이하 대상자들은 현행 감산 비율(20%)을 유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 8월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내놓은 제안을 일부 수용한 것으로 현역 의원의 기득권을 내려놓자는 차원이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한 방송에서 “지도부에서 논의하고 의원총회에서도 의원들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결론 낼 생각”이라고 했다.
하지만 총선을 앞두고 당 지도부가 공천 룰을 바꾸면 예측 가능한 ‘시스템 공천’의 취지가 퇴색할 수 있다. 특히 비명계를 중심으로 이런 변화가 친명(친이재명)계에 유리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총선기획단은 예비 후보자의 경력에 특정 정치인의 실명을 사용할 수 없게 했다. 이재명 대표를 활용한 ‘친명 마케팅’이 비명계에 불이익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명희진·하종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