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분야 12개 중요고지 설정·’새시대 당건설 5대노선’ 제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새해 국정 방향을 결정하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자력갱생을 강조하면서 제8차 당대회(2020)에서 제시한 경제발전 5개년계획의 정비보강에 힘을 쏟을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새 경제정책이나 주민생활 향상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한 채 간부들에게 일하는 자세와 태도를 바로 가질 것을 다그치는 데 그쳤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6일부터 엿새간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에서 보고를 통해 “2023년을 공화국의 발전행로에 크게 아로새길 위대한 전환의 해, 변혁의 해로 만들자”고 주창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2023년을 “국가경제발전의 큰 걸음을 내짚는 해, 생산 장성과 정비보강전략수행, 인민 생활개선에서 관건적 목표들을 달성하는 해”로 규정하면서 “당대회가 결정한 경제전반의 정비보강계획을 기본적으로 끝내는 것”을 신년 경제사업의 중심 과업으로 제시했다.
북한은 8차 당대회에서 기존의 낡은 경제시스템을 바로잡는 것을 중요 과제로 내세우고 노동당 경제정책실과 국가 차원의 태스크포스(TF)에 해당하는 ‘비상설경제발전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경제 전반에 대한 ‘정비·보강’에 나섰다.
정은미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비보강계획을 경제사업의 중심과업으로 삼은 데 대해 “5개년 계획의 전체적인 흐름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전체 방향대로 결함을 바로잡고 보충할 것은 더 보완하자는 취지”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또 기득권에 안주하면서 새 기술 도입과 자립에 우유부단한 태도를 보이는 간부들을 질타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자립의 사상을 철저히 구현하며 패배주의와 기술신비주의(기술을 어렵게 생각하는 경향)를 청산하기 위해 투쟁해왔음에도 낡은 사상 경향이 아직도 교묘한 외피를 쓰고 일부 경제 일군(간부)들 속에 고질병, 토착병처럼 계속 잠복해있다”고 엄중히 질책했다.
작년 기회 있을 때마다 간부들을 질책해온 김 위원장이 마지막 날까지 간부들의 태도를 엄중히 경고한 것이다.
전원회의는 2023년에 달성할 주요 경제지표와 12개 중요 고지를 정했으나, 평양시 주택건설 외에는 세부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인민들이 제일 반기는 사업인 살림집 건설을 제1차적인 중요정책과제로 내세웠다”며 화성지구 2단계 1만세대 건설과 함께 3천700세대의 새 주택거리를 하나 더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농업과 경공업, 지방공업, 편의봉사, 수산, 도시경영 부문 등 인민 생활과 직결된 부문에서 “시책이 인민에게 정확히 가 닿을 수 있게 현실성있고 합리적인 사업체계와 방법을 모색할 것”을 주문했다.
이는 인민의 실생활과 직결되는 의식주 분야를 직접 챙기는 지도자상을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경제분야는 성과에 대한 큰 자화자찬 없이 건설, 살림집 분야 등 일부에 한정돼 있다”며 “별다른 성과가 없음을 드러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전원회의에서 새로운 당 노선인 ‘새시대 당 건설의 5대 노선’을 제시했다.
5대 노선에 대해 조선중앙통신은 “역사적으로 축적되어온 조직, 사상, 령도예술건설의 혁명적 진수와 내용, 고귀한 경험을 다 포함하면서도 당사업실천에서 절박하게 나서는 문제들을 전면에 제기하고 과학적으로 해명한 것”으로 소개했다.
그러면서 “당 건설에 관한 이론 체계를 정치건설, 조직건설, 사상건설, 규율건설, 작풍(일하는 태도) 건설로 새롭게 구성하고 그 내용을 풍부하고 정연하게 하는 사업이 실행됐다”고 전했다.
양무진 총장은 “새로운 것이기보다는 당 중심으로 운영해 온 김정은 위원장의 당 정비 원칙과 사업, 업적들을 재분류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향후 당적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지침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