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2011년 말의 겨울이다. 당시 ‘나꼼수’는 팟 캐스트 방송을 타면서 크게 유행했다. 나꼼수는 시중에 나돌고 있는 얘기를 잡담 하듯 하면서 음모론을 확산 시키는 유언비어 수준이었다. 나꼼수는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 집중에서 다뤄지고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이 시시비비의 대상이 되도 했다. 꼼수란 정수(正手)의 반대말이며 음모론의 다른 표현이다. 모든 사회적 현상을 음모론으로 몰아내는 속성을 갖고 있다. 표준 국어 대사전은 꼼수를 째째한 수단이나 방법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반면 고려대 한국어 대 사전은 ‘수준이 낮고 치졸한 수를 이르는 말로 흔히 소인배나 사기꾼이 사용하는 일처리 방법을 말 한다’고 정의 하고 있다. 나꼼수는 1년여 유행 하다가 중단됐다. 그러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 재 등장하면서 정치 용어로 변질 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아예 정치적 통상 용어처럼 쓰이고 있다. 꼼수는 정치권만 아니라 일반 사회에서도 널리 사용돼 이제는 온 나라가 꼼수 천국이 된 느낌이다. 사실 꼼수가 판치는 나라는 정상 국가라 할 수 없다. 꼼수는 정수가 아니고 배후에 음모론을 깔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 자기주장이 난처해지면 아니면 그만이지 하는 것도 꼼수의 소치다. 꼼수는 건전한 정치 사회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양식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말이 꼼수가 아닌지 가려야 써야 하는 것은 당연 하다. 그런데 현재의 정치 사회상을 보면 그렇지 않아 한심하다. 꼼수로 상대를 떠 보거나 속이기 위한 사기성으로 가득 차있다. 정치권의 꼼수는 민주당 이해찬 대표 시절로 올라간다. 패스트 트랙법 통과 때 꼼수 선거법과 꼼수 비례당은 한국 정치의 흑 역사에 남을 만한 꼼수의 전형이다. 정치권이 자초한 꼼수는 그 후 크게 늘었다.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무상급식을 핑계 삼아 시장 직을 내 던진 것도 차기 대권주자로 자신을 재포장하려는 꼼수의 일환이었다. 민주당은 공수처법 통과를 위해 의결정족수를 완화하는 꼼수를 부렸고 공수처 검사 자격 요건도 변호사 자격 10년 이상에서 7년으로 낮췄다. 공수처법 처리 할 당시 정의당은 민주당 2중대라는 경멸적 비난을 받았다. 정의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의석을 한 석이라도 늘려 보겠다는 심산으로 민주당에 협조했으나 그 후 선거결과는 의석이 오히려 쪼그라들었다. 민주당은 지난 지방선거 때도 노골적으로 꼼수를 부렸다.
서울 부산의 자치 단체장의 성 추행문제로 사퇴해 당헌 규정상 후보자를 낼 수 없으나 당헌 개정을 통해 후보를 내도록 한 꼼수를 부렸다. 그러나 서울과 부산 유권자들은 민주당이 후보에 철퇴를 가해 낙선 시켰다. 당시 이낙연 당 대표는 박근혜 정부가 가덕도 신공항건설과 관련해 프랑스 전문기업에 의뢰한 타당성 조사 결과가 불가 판정이 났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가덕도 신 공항건설을 공약 했다가 지지를 얻지 못했다. 꼼수가 부산 시민에 먹히지 않은 것이다. 민주당이 통과 시킨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법도 윤 정부의 법무부가 이 법의 규정 등에 대해 시행령을 만들자 민주당은 꼼수 부리지 말라며 검수원복(검찰수사권 원상복구)이냐고 법무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자 한동훈 장관은 진짜 꼼수라면 위장 탈당(민형배 의원)이라든가 회기 쪼개기 같은 그런 게 꼼수 아니겠느냐 고 맞받아 쳤다.
한 장관은 민주당이 만들어 놓은 법에 맞게 시행령을 만들었으며 구체적으로 뭐가 잘 못 됐는지 설명을 달라며 꼼수라는 말을 하지 말라고 쏘아 붙였다. 민주당의 이재명 표 법안 7개 입법 강행도 꼼수 논란이 일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쌀이 남아돌고 있다. 쌀값 안정을 위해 지난 2월, 5월, 8월 세 차례에 걸쳐 37만 톤을 격리 조치를 했으나 쌀값은 계속 하락세다. 그러자 민주당은 과잉 생산된 쌀을 의무적으로 정부가 매입토록 하는 ‘양곡관리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상임위 소위원회를 통과 시켰다. 쌀이 초과 생산되면 정부가 일부를 매입 할 수 있다.
하지만 무조건 전량을 사들이는 강매식 방법은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 45년 만에 최대로 폭락한 쌀값에 농심을 헤아리는 것은 절대 필요하다. 올해만도 정부가 쌀을 사주느라 지출한 재정은 7900억 원(37만톤)에 달한다. 2년간 보관비도 8400억 원이 소요된다. 쌀 수급 구조를 바꾸지 않고 쌀값을 세금으로 떠받치겠다는 것은 표퓰리즘 이자 꼼수다. 추진 중인 노란 봉투법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렵다. 기업이 파업노동자들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못하게 하는 이 법이 통과되면 강성 노조의 극한투쟁은 더욱 격화될 것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기업의 재산권 까지 침해 하면서 노조를 보호하는 법은 노조 표를 의식한 꼼수가 배후에 깔려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대중 교통법 개정안도 문제다. 8월부터 연말까지 5개월간 낸 버스 지하철 요금의 절반을 돌려주겠다는 이른바 반값 교통비 지원이다.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은 무려 2조 6739억 원에 이른다. 국민 개개인에 돌아가는 혜택은 월 3만3000원에 불과하다. 나라 곳간이 비어가고 있는 터에 얄팍한 민생을 내 세운 꼼수가 아닐 수 없다. 반 시장적인 은행법 개정안도 문제다. 금리 폭리 방지로 서민의 이자 부담을 낮춰주겠다는 취지는 이해되나 취약 계층을 사채 시장으로 내모는 부작용을 낳지 않을까 우려된다. 꼼수 성격이 짙은 법안들을 민주당이 민생을 앞세워 국회통과를 밀어 붙인다면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라는 비판에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