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여야가 국회 후반기 원구성 협상을 놓고 거의 두달 동안 파행을 이끌어 오다가 22일 극적으로 합의하여 본격적인 국회 정상화를 위한 시동을 걸고 나선 가운데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서로의 정권을 향해 비판을 쏟아내며 ‘남 탓’만 하는 모습을 보여 양당 정치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진 분위기가 감돌았다.
◆ 민주당 박홍근 ‘윤석열 때리기’ vs 국민의힘 권성동 ‘문재인 때리기’ 옥신각신
먼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국회 후반기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해 지난 박근혜 정부 당시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를 언급하면서 “탄핵”과 “경고” 등의 과한 단어들을 사용하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박 원내대표는 윤 정부의 공적시스템이 무너지는 상황이 포착된다면 언제든 다수당의 힘으로 윤 대통령의 탄핵을 시도할 수 있다고 협박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중도층과 보수층의 민심을 달아나게 했다.
반면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도 그 다음날(21일)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마치 전날 윤석열 정부를 향해 맹폭한 민주당에게 보란듯이 “지난 문재인 정부 5년 내내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면서 “(문 정부는) 국익과 국민보다 눈 앞의 정치적 이익을 우선했고, ‘오늘만 산다’ 식 근시안적 정책, 국민을 갈라치는 분열적 정책이 바로 민생 고통의 주범이었다”고 반격을 가해 여야가 모두 서로를 향해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하는 모양새였다.
◆ 여야, 자기 진영 공격에는 ‘남 탓’ 비판 시전 늘어놔
그러면서도 여야는 서로를 향해 ‘남 탓을 한다’고 비꼬면서 대립각을 펼쳤는데, 야권의 박홍근 원내대표는 권 원내대표의 연설에 대해 “전 정부와 민주당 탓만 할 게 아니라 집권 여당으로서, 새 정부로서 새로운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 국민이 진정으로 바라는 바 일 것”이라고 관전평을 냈다.
아울러 차기 유력한 당대표로 거론되고 있는 이재명 의원도 권 원내대표의 연설에 대해 “자신의 무능함을 남 탓으로 돌리는 아주 민망한 장면이었다”고 비판했으며, 같은당 신현영 대변인도 “자신들의 실정과 책임은 철저히 외면한 뻔뻔한 연설, 시종일관 문재인 정부 때리기로 국정 난맥을 감추는데 골몰한 연설이었다”고 비판했다.
이에 국민의힘에서도 바로 반격에 나섰는데,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시절 무차별적 세금폭탄 투하로 국민을 고통스럽게 한 정책 실패에 대해 반성하기는 커녕, 윤석열 정부 각종 감세 및 규제 완화 정책에 대해 ‘부자 감세’라는 말로 폄훼했다”고 꼬집으면서 “민주당은 부디 비판을 위한 비판, 갖가지 프레임 짜기와 비방, 발목잡기를 멈추고 민생의 어려움 해결을 위해 대한민국의 재도약을 위해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쏘아 붙였다.
뿐만 아니라 같은당 조해진 의원은 이날(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하여 박 원내대표의 연설에 대해 “두 달밖에 안 된 정권에 대해서 탄핵소추문을 낭독하듯이 했는데, 새 정부 두 달에 대해서 국민이 실망한다고 해도 민주당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하고는 안 맞는 것 같다”고 지적하면서 “(민주당은) 5년 실정에 대한 국민의 분노와 절망감으로 정권을 내주고 나서 처음 있는 국회 연설일 때는, 야당이 되고 나서 자기 반성문을 먼저 쓰는 게 먼저 아니냐. (민주당이) 반성문을 쓸 기회는 이번밖에 없었는데 그 기회를 놓쳐버린 것이다”고 덧붙였다.
◆ 서로 흠집 내는 여야 정치, ‘도긴개긴’…이언주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고운 법”
그러나 일각에서는 서로를 향해 흠집을 내고 트집 잡기만 하고 있는 여야의 ‘남 탓 정치’에 ‘도긴개긴’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라면서 여당과 야당의 정치 행태에 불편해 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고 관측했다.
특히 이날 이언주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어제 우리 당의 대표연설에서 다소 문정부 비판이 강했다 하더라도 그제 야당의 과도한 언사에 비하면 비교적 점잖았던 거 아닌가”라고 지적하면서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고운 법”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 전 의원은 야권을 향해 “‘레임덕’, ‘탄핵’ 같은 용어를 사용해서 날선 비판을 했다”고 강조하면서 “그렇다고 해서 이제 두달 남짓 지난 정부에 대해 야당 의원도 아닌 원내대표가 그런 단어까지 써가며 날선 경고를 하는 건 너무한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다만 그는 여권에 대해서도 “물론 최근 우리정부나 여당의 난맥상을 돌아볼 때 비판받을 부분 분명히 있었다”고 지적하며 “(그래도) 권 원내대표는 대통령실 인사 문제는 사과를 하기도 했다”고 덧붙이며 보수 진영을 두둔했고, 이어 권 원내대표의 연설에 대해 “단순히 문정부를 때렸다기보다 문정부가 이러이러한 걸 잘못했으니 이렇게 바로잡겠다는 취지였던 걸로 이해한다”면서 “한마디로 이번 첫 연설만큼은 윤정부의 국정과제를 설명하는데 있어서 문정부 비판이 수반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라고 해명에 나선 모습도 보여줬다.
◆ 진중권 “권성동, 술 아직 덜 깨셨나…박홍근, 아직도 정신 못차려”
또한 ‘정치평론가’로 활동중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여야 원내대표의 연설 내용을 ‘모두까기’ 하고 나섰는데, 그는 자신이 출연중인 CBS라디오 ‘한판승부’에서 권 원내대표의 연설에 대해 “굉장히 위험하다. 전체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이념적’이다. 경제가 어려운 게 전 정권 탓이라고 얘기하는데 우리가 국가주도경제 시대도 아니고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사태가 있지 않았나”고 반문하면서 “술 드시고 아직 덜 깨셨나 이런 느낌이 들었다”고 비판했다.
반면 진 전 교수는 박 원내대표의 연설에 대해서는 윤 대통령을 비판하며 ‘탄핵’과 ‘경고’ 등의 발언을 쏟아낸 것에 대해 “원내대표가 국회 연설에서 이런 식의 프레임을 까는 걸 보고 ‘이분들 아직 정신 차리려면 멀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면서 “민주당 사람들이 (프레임 이론을) 굉장히 잘못 이해해 대부분 이런 식의 장난질을 한다. 민주당이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다”고 질타했다.
◆ 1인 시위 나선 고민정, ‘내로남불’ 비판음…與 공정경쟁 출신 대변인들 “무리수, 민망해”
한편 여야의 지도부 밖의 상황도 ‘남 탓 정치’는 마찬가지였는데, 특히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을 역임했던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연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사적 채용’ 문제를 지적하며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었는데 고 의원은 “저는 문재인 대통령의 친인척도 아니다”, “저는 방송만 14년을 했고, 인재 영입됐던 케이스였다”고 자부하면서 대통령실의 ‘사적 채용’ 공격에 열중했다.
이에 ‘나는 국대다’ 국민의힘 공정경쟁 출신 대변인들이 출동하여 고 의원을 향해 비판을 하고 나섰는데, 특히 청년층인 박민영 대변인은 고 의원을 향해 이날도 “우직하신 건지, 뻔뻔하신 건지”라면서 “본인부터가 청와대에 사적 채용됐고 본인이 개설한 유료 강의에 본인의 남편까지 사적 채용하신 ‘사적채용의 원조’께서 사적 채용에 대해 해명과 사과를 요구하는 것만큼 우스꽝스런 일은없다. 보는 제가 다 민망하다. 이제 당 차원에서 말려야지 않나 싶다”고 고 의원의 ‘내로남불’ 태도를 비판했다.
심지어 고 의원과 같은 MBC 아나운서 출신인 김연주 전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도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고 의원을 향해 “굳이 그렇게 치자면, 나 자신도 서기 1989년 MBC 공채 출신이고, 이후 오래 방송 활동을 했지만, 토론 배틀을 통해 정당 대변인단에 포함되었었다는 말을 덧붙이겠다”고 직격탄을 날려 눈길을 끌었다.
이어 김 전 부대변인은 “‘본인은 방송 14년차 인재였다’라고 대응한 것은 외려 인구에 회자되기에 딱 좋은 ‘찰진’ 자기 인식이라는 점에서 눈총을 받고 있다”고 꼬집으면서 “어떤 주장을 할 때는 이것이 무리수는 아닌지, 본인이 서 있는 자리를 새삼 둘러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제안하고자 한다”고 쏘아 붙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