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낭인’ ‘진박 (眞朴) 감별사’ 등 이제는 상대를 비하하는 혐오성 발언도 거침없이 쏱아 내고 있다. 오직 당권 획득의 유불리만 놓고 벌이는 윤심 경쟁은 볼썽사납고 국민들은 피로감만 느낀다. 지난해 이준석 파동에 이어 또다시 한심한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실정 이다. 아무리 당대표 선거가 중요하더라도 대선에서 선거운동을 함께 했던 동료들을’일자리가 필요한 정치 낭인’이라고 한 것은 누가 봐도 민망할 뿐이다.
친윤계인 박수영 의원은 이날 영화 ‘나 홀로 집에’ 포스터에 나 전 의원의 얼굴을 넣은 합성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여기엔 “羅(나경원) 홀로 집에!”라는 문구가 붙었다. 나 전 의원과 박 의원은 서울대 법대 동기다. 한솥밥 먹던 사람들이 ‘패륜’이란 말까지 쓰며 희화화한 합성 사진을 동원해 공격한 것이다 .이준석 전 대표는”사무총장 호소인”이라며 장 의원을 비판했다. 이는 장제원 의원이 나전 의원을 향해”제2의 유승민이 되지 말라”고한 것에 대해 빗대한 말이다. 또 다른 친윤계 의원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해임이 전해진 직후 “나 전 의원에 대해 외교부, 보건복지부 여러 자리(장관) 이야기가 있었고, 구체적인 진행 절차도 있었던 걸로 안다”면서 “장관 자리와는 달리 저출산 부위원장직은 국회 청문 절차 없이도 임명이 가능하다”며 “그걸 잘 유추해서 판단해보면 된다”고 했다. 나 전 의원에 대한 인사 검증 과정에서 흠결이 발견됐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나 전 의원 측은 일부 친윤계가 ‘장관 인사 검증’까지 거론한 데 대해 “저런 식으로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지금은 일일이 대응할 이유가 없지만, 향후 기회가 된다면 말을 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러한 친윤 대 비윤 간의 정치적 양극화는 현재 가짜뉴스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 페북, 단체 단톡방, 트위터 이용자들은 상대 정치인에 대한 혐오가 강할수록 가짜뉴스 기사를 더 많이 공유하는 현상이다.
정치판에서 불의를 저지르는 데는 두가지 방식이 있다. 폭력과 기만이 그것이다. 기만은 여우의 교활함처럼 보이고, 폭력은 사자의 사나움처럼 보인다. 폭력과 기만은 인간과는 가장 거리가 먼 것이지만, 기만이 더 큰 혐오를 받아 마땅하다. 남을 가장 많이 기만하면서도 자신은 마치 선인이라도 되는 양 위장하는 자들의 불의가 가장 위험하다.
특히 다른 정치인을 지지한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를 자신과 근본적으로 다른 사람으로 보는 타자화(othering)와 이들을 싫어하고 불신하는 혐오(aversion), 그리고 심지어는 이들을 도덕적으로 사악한 사람들로 보는 경향인 도덕화(moralization) 현상이 강해 종교 분파 간 갈등과 유사한 분파주의(sectarianism) 특징을 보이고 있는 현상이 한국 정치권, 아니 국민의힘 내에서 벌어지고 있다.
정치 엘리트나 국회의원들의 각 당권주자를 놓고 벌이는 대립과 갈등은 사실 별로 새삼스러운 현상이 아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독재 시대에 야당 정치인들은 정권과 치열하게 싸웠지만, 유권자들의 분열이 지금처럼 심각하지는 않았다. 민주화로 국민의 정치의식이 높아지고 정보화 및 모바일 혁명으로 정보 접근이 용이해지면서 유권자들의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국민의힘의 각 당권주자들은 같은 레일 위에서 마주 보고 달리는 열차나 다름이 없다. 열차가 정면으로 충돌하면 탈선과 전복이 불가피하다. 열차에 탄 승객은 바로 우리 국민들이다. 그런데도 열차는 멈출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친윤의 내부를 들여다 보면 이재명의 개딸들이 그대로 옮겨온 듯 열성적인 지지자들이 판을 주도하고 있다. 친윤, 반윤 사이에서 주춤거리는 국회의원들에게 문자 폭탄을 보내 일전불사를 주문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열성적인 지지자들의 친윤, 반윤 정서도 문제지만 윤석열대통령을 맹종한 윤핵관의 대표적인 간신인 장제원의원이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전당대회 과정에서도 당권주자들의 정략적 언행도 문제다. 앞으로 정부여당이 본격적인 전당대회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이들의 당권경쟁이 보수혁신을 망쳐버리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무엇보다 대선과정에서 하나가 되었던 당원들이 지지후보에 따라 갈라지고 다투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걱정된다. 장제원, 권성동과 같은 특정인물에게 정부여당의 주도권을 넘겨주는 건 당원들에 대한 돌이킬 수 없는 역행이자 배신이 될 것이다.
이제 국민의힘 당원들 스스로 광장의 힘을 조직해야 한다. 우리는 모든 정책사안들이 여의도 로 가면 민의를 배신하는 ‘귀족의회’로 전락해버리는 좌절을 숱하게 겪어 왔다. 이제 당원들이 스스로 국민의힘의 재탄생을 위한 기본 설계를 논의하여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내고, 이를 국정에 반영하기 위한 수단을 확보해야 한다.
배신과 무능으로 점철된 대의 민주주의를 견인하고 보완할 수 있도록 직접 민주주의의 수단을 확보해야 한다. 우리 국민의 각성된 주권의식, 높은 교육수준, 그리고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탁월한 소통 역량은 직접민주주의의 효율적 작동을 보증한다.
정치권의 현안으로 떠오른 중대선거구제로의 개헌만 하더라도 당원들이 주체가 돼 논의해야 할 사안이다. 정치권의 개헌논의는 하자는 쪽도, 하지 말자는 쪽도 모두 정략적 계산의 산물일 뿐이다. 국민과 당원의 염원을 외면하는 후보는 국민의힘을 대표할 자격이 없다. 후보 상호간 헐뜯기와 흠집내기, 무분별한 폭로전, 막말 공방 등을 즉각 중단할 것도 강력히 촉구한다. 2016년 진박 논란에 국민은 피로감을 넘어 혐오감을 느껴 단순히 총선 참패에 그치지 않고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다는 것을 명심하고 ‘나경원 사태’에 서둘러 해법을 찿지 못하면 내년 총선에도 불을 보듯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